3개월간 9조 '셀 코리아'…유럽계 헤지펀드 돌아오나
입력
수정
지면A20
금융위기 때보다 거세상반기에 잘나갔던 국내 주식시장을 하락세로 반전시킨 요인 중 하나는 유럽계 헤지펀드 자금의 급격한 유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유럽계 자금은 연초 국내에 대거 유입됐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지난 6~8월 사상 최대인 9조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QE) 정책을 지속해 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8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 자금은 유럽계로, 9조516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19% 하락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극심했던 2008년 6~8월(7조8322억원)보다 1조2194억원 많다. 금감원이 외국인 매매동향을 집계한 2007년 1월 이후 최대(3개월 기준)다.
헤지펀드사 몰려있는 영국서 7·8월 2조8787억원 빼가
"ECB 양적완화 지속…연말께 복귀 가능성 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럽 국가 중 영국,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케이맨제도의 국적 꼬리표가 달린 자금은 단기 차익을 노린 헤지펀드로 분류한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자금은 대체로 장기 투자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본다.
유럽계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로 조세회피 지역에 거점을 마련해 투자 활동을 한다. 증시 전망이 긍정적이면 레버리지(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를 일으켜 재빠르게 주식을 사들인다. 하지만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원금을 급격하게 회수하기 때문에 해당국에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가 벌어진다.8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국 1위는 영국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1조2573억원을 순매도했다. 2위와 3위는 각각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8854억원)와 아일랜드(-6497억원)였다. 금감원은 이들 국가에 거점을 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기조가 지난달에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계 증권사 리서치팀 관계자는 “2010년 이후 한국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 양상은 유럽계 자금이 좌우했다”며 “외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신흥국에서 변수가 나타나면 일시에 자금을 대거 빼간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께 유럽계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장기 투자를 하는 미국계 자금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3~6개월이 지나야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빠른 움직임을 나타내는 유럽계 헤지펀드 자금은 연말을 전후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뒤 단기 차익을 노린 유럽계 자금이 이미 국내 증시에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CB의 양적 완화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유럽계 헤지펀드들이 상황에 따라 단기 차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0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자’에 나섰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16.51포인트(0.84%) 오른 1979.32로 마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