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선택…"은행 앞에 줄서느니 긴축 고통이 낫다"

'중도 우파' 사회민주당 재집권 성공

39% 획득…중도 좌파 야당 제쳐
과반확보는 실패…정치불안 남아
복지 축소·세금인상 등 통해 실업률 낮아지고 경제 회복
GDP대비 과도한 채무는 부담
< 기뻐하는 포르투갈 총리와 부총리 >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왼쪽)가 4일(현지시간) 총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파울루 포르타스 부총리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리스본AP연합뉴스
결국 경제가 승부를 갈랐다. 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총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뤄낸 중도우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연립여당은 선거운동 기간에 제1야당인 사회당과 접전을 벌였다. 사회당은 복지예산 축소 등을 앞세운 정부와 여당의 긴축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며 세를 불렸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자는 39%의 지지율로 ‘인기 없는’ 정책을 들고 나온 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작년부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실업률은 떨어지는 등 경제회복세가 뚜렷해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4년간 많은 희생 있었다”
포르투갈은 2011년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에서 780억유로(약 103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집권 이후 4년간 긴축정책을 펼쳤다. 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공공부문 임금을 삭감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등 세금은 올렸다. 긴축정책을 통한 재정지출 축소액은 이 기간 110억유로(약 14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 덕분에 포르투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2012년 5.6%에서 올해는 3.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국민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코엘류 정부는 휴가 일수까지 줄이는 등 경제살리기 정책에 매진했다.

결과는 경제 회복으로 이어졌다. 2012년 -4.0%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9%로 플러스 반전에 성공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올해 포르투갈의 성장률이 1.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도 2013년 16.4%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는 13.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엘류 총리는 총선에서 투표를 마치고 “우리는 지난 4년간 많은 희생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고 나의 결정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현 정부의 재집권에는 그리스 경제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이 애초 제시했던 개혁안을 거부하다 오히려 더 가혹한 구조개혁안을 받아든 그리스 사례를 보면서 포르투갈 국민 사이에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사태로 은행 앞에 장사진이 펼쳐졌던 그리스 꼴을 당하느니 당장은 힘들더라도 긴축을 견디는 것이 낫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아향후 포르투갈 경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도이치뱅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에 따른 수출경쟁력 향상 등으로 포르투갈이 경제위기에 다시 빠질 우려는 상당히 줄었다”며 “거시경제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고 시장 친화적인 현 정부의 경제노선을 고려할 때 국채시장에서도 단기간 악재로 작용할 만한 요인은 없다”고 평가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포르투갈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130.2%에서 올해 124.4%로 하락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그리스(177%), 이탈리아(132%)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회민주당 연립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치적 불안요인이 남아 있다”며 “차질 없는 경제구조 개혁으로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내지 못하면 새로운 임기 4년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