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회·무료 세무상담 이종탁 "어려운 이웃 다독이려고 시작…이젠 제가 위로받죠"

이종탁 서울세무사회 부회장

장애인·독거노인·고아 찾아 8년
세무상담 겸한 색소폰 연주 500회
'국세동우회 자원봉사단도' 조직
이종탁 서울세무사회 부회장(세무법인 윈윈 대표·사진)은 매주 주말이면 고아원, 요양병원, 양로원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색소폰 공연을 하거나 무료 세무 상담을 하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 했으니 햇수로 8년이 넘었다. 공연과 세무상담 횟수를 합하면 500회를 훌쩍 넘는다.

그가 이처럼 봉사에 나서게 된 것은 세무사 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세금이 잘못 부과됐는데도 세금지식이 없어 해명을 못한 사람, 생활고에 고지서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가 체납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 등 세금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며 “그때부터 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15년9개월간 일했던 국세청을 나와 세무사 사무소를 차렸다. 개업하고 보니 세금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2007년 우연한 기회에 당시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색소폰을 들고 양로원에 가서 공연을 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이거다 싶어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때부터 매주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해 있는 색소폰 동아리 ‘폰콰이어’의 연간 공연 횟수는 60회를 넘기기도 했다.

공연을 다니다 2013년 경기도 시각장애인협회 초청으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처음 무료 세무상담을 했다.이 부회장은 “이 분들 중 상당수가 시각장애인 안마사로 명의를 빌려줬는데 안마시술소에 부과될 세금 고지서가 자신들에게 부과돼 체납자나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된 뒤론 수시로 무료 세무상담을 하면서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는 아예 국세청 퇴직공무원들과 함께 공연을 다니고 있다. 국세청에 대한 일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고 민원인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는 데 봉사활동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4월 국세청 퇴직자들을 설득해 ‘국세동우회 자원봉사단’을 설립했다. 이 부회장은 “원래 세무사란 업(業)의 본질이 사람의 처지를 깊이 이해가고 공감하는 게 필수”라며 “처음엔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고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주기 위해 연주와 세무상담을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도 위로를 받고 기쁨을 얻게 돼 더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