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족' 몰려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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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백화점 삼성전자 매출 1위‘7.5 대 1’.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삼성전자 매장 매출과 현대백화점 다른 점포 14곳의 삼성전자 매장 월평균 매출을 비교한 수치다. 지난 8월20일 경기 성남시에 문을 연 판교점의 9월 삼성전자 매장 매출은 약 30억원으로 다른 점포 평균 매출인 4억원의 일곱 배를 넘었다. 기존 삼성전자 매장 매출 1위인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월평균 매출(약 10억원)과 비교해도 세 배에 달한다.
태블릿 등 모바일 비중 높아
NHN 등 IT기업 1천곳 밀집
기어VR 존·스마트 미러 등
IT 마니아 겨냥 마케팅 성과
다른 매장과 비교해 많이 팔리는 상품도 다르다. 현대백화점의 다른 점포에서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3대 가전 비중이 75%로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나머지 25%는 노트북, 태블릿(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3대 모바일 상품이다. 그러나 판교점은 가전 비중이 58%, 모바일 상품이 42%다. 김규태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가전 바이어는 “매장 크기는 다른 곳들과 비슷한데 한 달 매출로 보기 힘든 숫자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이런 차이는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해 있는 지역적인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판교점 인근의 판교테크노밸리는 네이버, 넥슨, SK플래닛, NC소프트 같은 국내 IT 대표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한다. 이곳의 IT 종사자들이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면서 IT 상품 매출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김 바이어는 “지난 2일 본판매를 시작한 갤럭시S2기어의 사전 예약 판매 대수가 판교점은 약 140대”라며 “10대가량인 다른 백화점 및 현대백화점 타점포보다 월등히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을 열면서 차별화된 MD(매장 구성) 및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IT라운지를 마련했으며 다양한 체험존도 설치했다. 판교점에는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기어VR’ 체험존이 있다. 삼성 갤럭시 휴대폰과 연결해 영화, 게임, 비디오 등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다.SK플래닛에 근무하는 윤지환 씨(34)는 “기어VR을 착용하면 비행기 조정, 스킨스쿠버 체험, 자동차 운전 등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판교점에만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의류 브랜드 갤럭시 매장은 의류를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는 ‘스마트 미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입었을 때 모습을 가상으로 볼 수 있는 기기다. 이 서비스도 백화점업계를 통틀어 판교점에만 있다. 미술관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미술관 안내 및 작품 설명도 한다. 판교점은 연내 넥센 등과 협업해 추가로 신기술 체험존을 마련할 계획이다.
황해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장(전무)은 “판교뿐 아니라 서울,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체험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차별화된 IT 서비스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