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서커스의 하모니…시벨리우스 선율이 보인다

한국·핀란드 합작 '투오넬라의 백조', 23~25일 공연
플라스틱 백조 모형이 놓인 어두운 무대에서 무용수가 등을 한껏 젖힌 채 손으로 치맛단을 잡아 올리며 돌기 시작한다. 저승의 강물이 닿지 않게 하려는 모습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무용수가 조각배 위에 놓인 막대에 직각으로 몸을 매단 채 물 위를 떠다니듯 부드럽게 다리를 움직인다. 기계음이 더해진 피아노와 첼로, 드럼 소리가 신비로운 인상을 더한다.

오는 23~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투오넬라의 백조’(사진)는 무용과 서커스, 연주가 합쳐진 융복합 공연이다.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1865~1957)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동명 작품을 핀란드와 한국의 예술가들이 협업해 형상화했다. 한국에서는 현대무용단 안성수픽업그룹, 핀란드에서는 현대 서커스·시각극단체 WHS가 참여했다. 시벨리우스의 고향인 핀란드 남부 도시 하멘린나의 베르카테다스극장에서 지난 9월26일~10월3일 초연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서울에서 공연된다.핀란드의 ‘국민음악가’로 꼽히는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자연환경이나 민족 설화를 주로 다뤘다. 그의 교향시집 ‘네 개의 전설’ 중 가장 유명한 곡인 ‘투오넬라의 백조’도 서사시 ‘칼레발라’의 영웅 레민카이넨의 이야기를 담았다. 투오넬라의 백조는 핀란드 전설에서 이승과 저승 사이의 투오넬라강 위를 떠다니는 신성한 새다.

이번 공연은 WHS와 안성수가 2012년 ‘더블 익스포저’를 공동 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만든 협업작이다. 안성수 대표가 안무를 짜고 WHS의 설립자인 발레 왈로가 연출을 맡았다. 음악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악의 색채도 더했다.

공연은 음악과 무용을 통해 현실과 저승 사이의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표현한다. 현대무용 춤사위에 저글링과 기계체조, 폴 댄스 등 서커스적 요소를 더했다. 무용수들이 춤추는 뒤로 마네킹 조각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백조를 표현하는 다양한 모형과 깃털 부채가 나온다.이 작품은 작품 저작권을 관리하는 핀란드 시벨리우스재단으로부터 시벨리우스 음악 사용을 최초로 허가받은 무용 공연이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클래식 연주회 이외의 공연에선 사용된 적이 없다. 이번 공연에는 그의 작품을 재해석해 변주한 음악이 쓰인다. 일반적인 무용 공연에선 관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석에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미리 녹음한 음악을 틀지만, 이번 공연에선 3인조 연주자가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 위에 선다. 피아노 현 옆에 이물을 장치한 뒤 연주해 독특한 음향을 내고, 즉흥연주를 하는 등 시벨리우스의 고전음악에 현대적인 면을 더한다.

안무가 안 대표는 “시벨리우스가 그려낸 서늘하고도 우아한 백조의 심상이 무대 위에서 무용수와 음악가에 의해 변주되는 작품”이라며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