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페이스북엔 사장실이 없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은 지난 3월 새 사옥에 입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 멘로파크에 있는 이 건물은 약 4만㎡로 축구장 일곱 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단층인데 벽이나 칸막이 없이 하나로 뻥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21m로 멀리서는 아담하게 느껴지지만 안에서 보면 천장이 기분좋게 높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구겐하임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는 올해 86세지만 3년 전부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 건물을 같이 구상해왔다. 저커버그는 지난 3월 말 입주와 동시에 자신이 새 사옥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 그가 별도의 방 없이 여러 명과 함께 일반 책상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축구장 7개 크기 ‘통사무실’

원래 미국의 전통적인 회사는 사무실이 넓고 중간 관리자 이상에겐 독립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엔 간부는 물론 임원, 그리고 사장까지 직원들과 섞여서 일하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손님들이 올 때마다 간다는 많은 회의실을 자랑처럼 보여주었다.

젊은 부자의 치기로 볼 수도 있다. 또 벤처적인 ‘차고(車庫)문화’를 지키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절대 디자인적인 고려가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페이스북 등 업체들이 공간혁신을 통해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페이스북이 발전시켜온 혁신플랫폼 가운데 해커톤이란 게 있다. 새 서비스나 상품을 공모하는 대회다. 혼자 하든 팀으로 하든 상관없다. 해커톤이 열리는 날에는 자신의 업무에서 벗어나 여덟 시간 정도 신사업 아이디어에 몰두할 수 있다. 출품이 완료되면 1주일 뒤 대회의실에 모여 토론회를 하고 최고상도 뽑는다. 세계 최대의 개방 사무실인 페이스북의 신사옥은 바로 이런 해커톤이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한 업무공간인 것이다. 매일매일 혁신의 스파크가 터지는 장치인 것이다.

매일 스파크 튀는 혁신의 공간

최근엔 비판도 적지 않다. 칸막이를 제거한 개방형 공간이 협업 조직을 구축하는 필수 조건이라며 공간혁신을 강조하던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최근엔 개방 공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논문을 잇달아 게재하고 있다. 최근 기고 가운데는 페이스북의 신사옥이 직원들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스트레스 때문에 조직 전체의 사기 저하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분명한 것은 생산성 혁신의 출발점은 공간혁신이라는 사실이다. 컨베이어벨트 방식을 통한 일관생산은 공장의 모든 배치를 바꿨다. 이것이 소품종 다량생산을 위한 혼류생산으로 바뀔 때도 공간은 새롭게 정의됐다.

어떻게든 창의성과 소통, 협업을 높이기 위해 공간혁신에 집중하는 서구에 비해 우리는 관심이 적다. 여전히 고위 간부는 별도의 방이 있어야 하고, 하루에 몇 명 앉지도 않는 소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 공간은 좁고 회의할 공간은 아예 없다. ‘미생’들이 복사실이나 옥상에서 나누는 대화는 ‘뒷담화’가 될 뿐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당장 실천할 수 있고, 그 출발점은 공간혁신이다. 내년 경영계획을 짜는 10월에 짚어봐야할 사안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