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막는 노조] '빅딜 1년' 한화…노조 딴죽에 화학·방산 큰그림 못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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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위로금 받고도 파업하는 노조한화그룹 최고경영진은 삼성에서 인수한 화학·방산 기업으로 인해 1년간 골치를 앓고 있다. 1년 전 ‘빅딜’을 통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 등 4개 회사를 인수했지만, 빅딜 발표 직후 새로 생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업재편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한화는 화학과 방산 부문을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노조에 발목이 잡혀 큰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노조 파업-직장폐쇄 '진통'
한화테크윈 노조는 "원상복구" 아직도 요구
홈플러스, 고용보장 약속에도 노조 농성 계속
○아직도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한화종합화학은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2일에도 울산공장은 가동하지 못했다. 다른 사업장인 대산공장은 사무직 직원들이 대체근무를 하면서 겨우 가동하고 있다.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지난달 15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데 대한 대응이다.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지난해 11월 빅딜 발표 직후 결성됐다. 노조가 거의 없는 삼성에서 한화로 주인이 바뀌자 노조가 생긴 것이다. 노조는 ‘빅딜 반대’ 등을 주장하며 인수 과정에서 조합원 1인당 평균 5500만원의 이른바 ‘위로금’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요구 수위를 높였다. 연 600%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즉시 산입하고 3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전신인 삼성석유화학 시절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지만 노조는 사실상 임금 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빅딜 후유증은 방산 부문에도 남아있다. 한화테크윈 노조는 여전히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라는 이름을 쓴다. 이들은 1인당 평균 4000만원의 위로금까지 받았음에도 지난 6월 인수 결정 주주총회와 7월 한화 직원들의 사업장 출입 등을 잇따라 방해했다. ‘원상복구’ 주장도 여전하다. 회사 측이 노조위원장 해고 등 62명에 대한 징계로 대응하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불법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화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잇따라 생긴 노조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그룹 사업재편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뤄진 삼성과 롯데 간 화학부문 사업재편에도 노조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삼성에서 롯데로 소속을 옮기게 되면 한화 사례처럼 새로운 노조가 생기거나 노조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거액 위로금 요구하는 노조노조가 거액의 위로금을 받아내기 위해 파업 농성 등의 방식으로 사업재편을 가로막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영국 테스코에서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로 매각되는 과정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대주주인 MBK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고용보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고용보장을 약속했는 데도 노조는 믿지 못하겠다며 경영진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MBK는 인수 직후 2만6000여명의 임직원에게 월급의 300% 수준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총 규모는 최대 4000억원으로 매각대금(7조5000억원)의 최대 5%에 해당한다.
국내 2위 보안업체인 ADT캡스 노조는 지난해 대주주가 미국 타이코그룹에서 미국계 PEF인 칼라일로 바뀌는 과정에서 타이코 측에 매각 대금의 30%를 요구했다. ADT캡스를 2조원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렸으니 6000억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직원 1인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2013년 896억원에 달했던 ADT캡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5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오비맥주 노조는 2009년 사모펀드 KKR이 인수했을 때 파업을 통해 1인당 1000만원의 위로금을 받아냈으며, 지난해 AB인베브가 재인수했을 때도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친 끝에 1인당 최대 5000만원의 격려금을 받았다.
강현우/강영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