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크루셜텍, 자력으로 해외시장 뚫고 빠르게 사업 전환해 안착

크루셜텍의 모바일 부품 강점

처음부터 해외시장 공략
한 고객사에만 편중 경계
크루셜텍 베트남법인 전경
크루셜텍은 국내 수천여곳에 이르는 모바일 부품업체들과 비교할 때 ‘성장 스토리’가 다소 다르다. 자력으로 해외시장을 뚫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국내 대부분의 모바일 부품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납품에 의존한다. 애플은 한국 기업의 부품을 거의 쓰지 않는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들어서야 사업을 키워가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했다. 국내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게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하지만 크루셜텍은 애초부터 해외로 나갔다. 과거 주력 사업이던 모바일 광마우스 OTP의 주된 고객사는 캐나다 블랙베리와 대만의 HTC 등이었다. 크루셜텍을 창업한 안건준 사장(미래전략 대표)은 “세계 시장을 뚫어야 기술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국내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문인식 모듈로 주력 품목이 바뀐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국내 대기업이 물량을 줘야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을 뚫는 게 더욱 용이해졌다.

크루셜텍은 다만 특정 고객사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경계한다. 과거 블랙베리의 몰락으로 휘청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종빈 크루셜텍 사장(사업전략 대표)은 “현재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큰 편이라 다른 고객사를 더 많이 확보해 이 비중을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사업 전환을 빠르게 시도해 안착했다는 것도 다른 모바일 부품사와 다른 점이다. 크루셜텍의 OTP 사업이 꺾인 것은 2011년부터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3년 크루셜텍은 모바일용 지문인식 모듈 납품에 성공했다. “사업이 잘될 때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고 앞서 대응한 게 통했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크루셜텍은 지문인식 이후의 기술인 홍채, 정맥 등을 연구 중이다. 지문인식 모듈이 모바일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산되는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크루셜텍과 달리 국내 상당수 모바일 부품업체들이 사업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고스란히 역풍을 맞았다. 연성회로기판(FPCB), 카메라 모듈, 케이스 관련 업체들은 최근 1~2년 새 실적이 급감했다.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곳은 많지만 사업 전환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