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란분 영화루 사장 "고추짜장, 청와대에도 소문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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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모습 그대로 간직…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마치 세월을 박제해 놓은 듯하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집 ‘영화루’다.
그 50년간 서촌엔 수많은 음식점들이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영화루는 살아남았다. 아니 오히려 세월의 더께를 입으면 입을수록 ‘서촌 중국집의 절대 강자’로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82년부터 이곳을 지켜 온 장란분 사장에게 그 비결을 들어봤다. 연매출만 3억 원 넘어
영화루를 찾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맛봐야 하는 메뉴가 있다. 다름 아닌 ‘고추짜장’과 ‘고추짬뽕’이다. 초창기만 해도 이곳은 동네 사람들과 인왕산 등산객들이 고객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영화루가 지금처럼 ‘전국적인 맛집’으로 거듭나게 된 데는 역시 고추짜장 같은 차별화된 메뉴의 역할이 컸다.
장 사장은 “고추짜장을 메뉴로 내놓은 지는 한 15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장 사장의 아들이 비슷한 음식을 맛본 뒤 주방장에게 제안한 것이 본격적인 메뉴 개발로 이어졌다. 청와대 직원들이 우연히 점심 식사로 고추짜장을 맛본 뒤 맛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이들이 먼저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언론에도 소개됐다. 장 사장은 “관광지 특성이 강한 상권이다 보니 평일과 주말 고객군이 크게 다르다”며 “평일에는 주변 관공서 직원이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고 주말에는 서촌에 놀러온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영화루의 유명세에 불을 붙인 것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외관이다. 지금도 영화루는 식탁이나 벽지 등 1970~1980년대 물건들을 그대로 사용한다. 가게 이름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리모델링을 권하기도 했지만 장 사장은 옛 모습을 ‘고집스레’ 지켜 왔다.
그 덕분에 요즘 영화루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 인기다. 2004년 전도연 주연의 영화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2014년 영화 ‘수상한 그녀’의 촬영 장소가 됐다. 요즘 최고의 인기 드라마인 MBC ‘그녀는 예뻤다’도 최근 이곳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 때문에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장 사장은 “한번 대중매체에 소개되면 확실히 손님들이 많이 늘어난다”며 “요즘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매출 역시 연간 3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대표 메뉴인 고추짜장과 고추짬뽕의 가격은 한 그릇에 7000원. 서민 음식인 만큼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가 높지 않다. 하루 200그릇 이상의 짜장면을 판매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지출 비용도 적지 않다. 음식 가격을 최대한 예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료는 늘 좋은 것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온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매일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며 “우리 가게의 성공 전략을 꼽자면 바로 ‘고집’과 ‘정성’”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인턴기자 new9112@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39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