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MICE 도원결의'…수도권 공동유치 힘 모은다

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MICE산업

3개 시·도 MICE 활성화 협약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탈피…시너지 창출로 시장 확대 나서

"해외관광객 재방문율 낮은 건 지역 틀에 갇힌 관광코스 때문
시·도 초월한 상품 발굴할 것"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수도권 관광산업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상품을 함께 개발하고 대형 국제 MICE 행사를 공동 유치하기로 했다. 지역 간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시·도의 경계를 넘는 ‘권역 마케팅’을 함께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서울관광마케팅, 경기관광공사,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9일 인천관광공사에서 ‘수도권 관광·MICE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광역시·도 관광공사는 △공동사업 발굴·추진 △3개 지역을 연계한 특화 관광상품 개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등 해외 관광객 공동 유치 △대형 국제 MICE 행사 및 의료관광 공동 유치 △국내외 네트워크 공동 활용 △각 기관별 사업 지원 및 공동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하게 된다.광역자치단체들이 관광·MICE산업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단체 포상관광이나 국제 MICE 행사 유치를 위한 단기 프로젝트 성격의 지역 협력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4월 대구와 경북 경주에서 열린 세계물포럼, 대전·충남·세종시가 협력해 유치한 ‘2017 아시아태평양도시정상회의(APCS)’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광·MICE 시장을 놓고 출혈 경쟁도 불사했던 서울·경기·인천이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단기 성과를 위한 ‘제 살 깎기’식 경쟁을 지속할 경우 더 이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유식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국가 간 경쟁 구도로 성장해온 세계 관광·MICE 시장이 최근 도시 간 경쟁으로 바뀌면서 인근 도시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서울과 경기, 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은 국내 최대 관광·MICE 시장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방한한 해외 관광객 1096만명 가운데 69.3%인 760만명이 수도권을 방문했다. 기업회의와 국제회의, 전시회 등 국제 MICE 행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열리고 있다.

김병태 서울관광마케팅 사장은 “최근 몇 년간 방한 관광객과 MICE 행사 참가자가 급증했는데도 이들의 만족도나 재방문율이 낮은 것은 도시들이 지역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획일화된 관광·MICE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인할 만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3개 기관은 도심 일부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권역 전체로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관광, 테마관광처럼 지역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한 상품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시·도의 행정구역을 초월한 다양한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권역 마케팅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9월 방한한 3000여명의 중국 포상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 수원, 용인 등을 연계한 맞춤형 테마관광 코스를 운영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관광객의 다양한 관심사와 취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지역에서 발굴해 상품화한다면 여행 만족도는 물론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호 긴밀한 협력을 통해 특정 단체나 행사에 대한 중복 지원을 줄임으로써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지역 간 협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서로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해줄 수 있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예상치 못한 문제에도 공동 대응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