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파트지수 나온다] 부동산 파생상품 '물꼬'…3천만원으로 타워팰리스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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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한국판 케이스실러 지수' 개발한국거래소와 한국감정원이 내년 중 ‘신(新)아파트 지수’를 내놓기로한 것은 실물 부문에만 치중돼 있는 부동산 투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 지수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면적·브랜드별 아파트값 '기준선' 역할
집값 내릴 땐 선물 팔아 위험 회피도 가능
안정적인 투자 자산임에도 단기적으로 급등과 급락이 교차하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경기조절 기능을 보강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열시에는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투자금의 일부를 아파트지수 관련 상품이 흡수할 수 있다. 반대로 하강기에는 실물을 매입하면서 지수 선물을 팔면 위험 회피(헤지)를 할 수 있다.◆지수를 보면 집값이 보인다
이 지수는 시가총액 형태로 산출된다. 지수 표본인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 등락에 따라 지수도 자동으로 오르내리도록 설계된다. 가격 등락 폭이 크고 투자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들 아파트 표본을 묶어 지수를 내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부산 해운대 아파트 지수를 묶어 ‘압구정동-해운대아파트지수’도 나올 수 있다.
기준지수(100)는 해당 지역 또는 브랜드 첫 발표일의 시가총액이다. 거래소는 매일 표본 아파트 가격 합계를 구하고 이를 기준시점과 비교해 지수를 산출한다. 예를 들어 2016년 3월1일 지수가 100이고 2017년 3월1일 지수가 105라면 이 기간 아파트 가격은 5% 뛰었다는 얘기다.한국거래소와 한국감정원은 지수를 아파트 층수·평수로 나눠 집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펜트하우스지수’나 ‘중소형 아파트 지수’ 등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신아파트지수는 미래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로 정부와 가계가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아파트지수가 도입되면 부동산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시장을 판단하고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돈 없어도 고급 아파트 투자한국거래소와 한국감정원은 부동산지수를 기초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란희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 과장은 “예를 들어 서울 도곡동의 고급아파트인 타워팰리스나 대림아크로빌을 지수화한 상품이 나오면 목돈이 없는 투자자들도 여기에 투자할 수 있다”며 “아파트 선물거래 비용은 아파트 실거래 비용의 1% 안팎에서 형성될 것인 만큼 개인투자자의 투자 문턱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물 최소 투자단위가 3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천만원으로 수십억원대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투자의 위험 회피(헤지)도 가능하다. 부동산을 보유한 개인과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는 건설사·부동산개발사 등은 ‘부동산 지수선물’을 매도해 부동산 가격 하락을 헤지할 수 있다. 김근용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케이스실러 지수를 바탕으로 2006년 파생상품을 내놓아 부동산 투자에 따른 헤지 통로를 열어놨다”며 “아파트 실수요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으로 입는 손실을 선물 매도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실물로의 자금쏠림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란희 과장은 “부동산 실물 투자와 부동산 지수 투자를 병행할 경우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부동산 시장의 등락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스실러 지수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미국의 주택가격지수. 미국 20대 대도시에서 신규로 거래가 이뤄진 주택 중에 과거 두 차례 이상 매매된 주택을 대상으로 산출한 지수다. 2000년 1월을 기준 수치(100)로 잡았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에 발표한다.
김익환/김동욱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