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순 여사 등 유족들 오열 속 안장식…임시 묘비엔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의 묘'

김영상 전 대통령 국가장

국립서울현충원서 영면
26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안장식에서 의장대가 관에서 태극기를 벗겨 접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이 88년간의 파란만장했던 세월을 뒤로하고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면(永眠)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안장식은 이날 오후 4시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거행됐다. 안장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등 유족 125명과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조문객 125명 등 250명이 참석했다. 운구 행렬은 고인이 40여년간 살았던 상도동 자택과 기념도서관을 경유한 뒤 오후 4시40분께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운구 행렬은 현충탑과 애국지사 묘역을 거쳐 유해가 안장될 장군 제3묘역 오른쪽 능선에 멈췄다. 남동쪽으로 약 300m 거리에 김대중·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가, 남쪽으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다.

안장식은 유족과 조문객·정부 대표의 헌화 및 분향, 예배, 하관, 허토(관에 흙을 뿌리는 의식), 조총 순서로 이어졌다. 손 여사 등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하관 의식이 시작됐다. 국방부 의장대 소속 운구요원들이 관을 들고 제단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 미리 파놓은 묘역에 멈췄다. 운구요원들은 흰 천으로 덮은 관을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허토 의식이 이어졌다. 손 여사는 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차남 현철씨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더니 허토가 끝날 때까지 오열했다. 이날 뿌린 흙은 행정자치부가 마사토(화강암이 곱게 갈려 물이 잘 빠지는 흙)로 준비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안장식에서는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가져온 흙을 한 줌 뿌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겐 대한민국 전체가 고향이어서 특별히 고향의 흙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묘소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의 묘소 크기인 가로 16m, 세로 16.5m에 264㎡ 규모다. 봉분은 지름 4.5m, 높이 1.5m 크기로 12개의 파석이 받쳤다. 봉분 앞에는 상석과 향로대가 놓였고 오른쪽에는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이 윗부분에 조각된 높이 3.46m의 비석이, 왼쪽 약간 앞쪽으로는 1.8m 높이의 추모비가 자리 잡았다.

목재 임시 묘비 전면에는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의 묘’라고 새겨졌다. 묘비 뒷면에는 대통령의 출생일·출생지, 사망일·사망지 등이 들어갔다. 왼쪽 면에는 가족사항, 오른쪽 면에는 주요 공적과 경력이 새겨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