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경고음이 더 크게 들리는 '최고 신용등급'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로 상향…역대 최고

국채 상환능력은 '양호'
현 경제상황과 괴리감
최 부총리 "개혁 입법 서둘러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19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올렸다. 한국이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받은 등급 가운데 역대 최고다. Aa2 이상 등급을 받은 국가는 주요 20개국(G20) 중 미국 독일 영국 등 7개국에 불과하다.

무디스가 밝힌 신용등급 상향의 직접적 이유는 ‘동일 등급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외 신용위험지표’다. 30%대인 국가채무 비율과 흑자로 전환한 순국제투자 잔액(대외 투자액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을 뺀 수치), 20%대 후반인 단기외채 비율 등이 그것이다.일각에서는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은 국채 상환 가능성을 가장 우선시한 평가라는 분석도 있다. 그 나라 경기 상황이나 실물경제 흐름은 크게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발표를 놓고 “한국의 경제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도 3% 달성이 쉽지 않다.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은 줄줄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가경제 비상사태”라며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미루는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무디스는 등급 상향 조정과 함께 향후 위험 요인도 제시했다. 구조개혁 후퇴 가능성과 빠른 고령화 및 복지 지출 증가로 인한 장기 성장전망 악화, 지정학적 위험 등이다. 이 가운데 구조개혁 후퇴를 첫 번째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 인식도 다르지 않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한국 경제가 대외 신인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저(低)유가, 중국 경기 둔화 등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결코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며 “구조개혁이 후퇴하면 언제라도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