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서 꽃피는 '한·일 상생모델'

"고마워요, 오카무라상"…불량 잡고 해외시장 개척

일본 퇴직기술자 활용 기업 늘어
중소기업들이 일본 퇴직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와 상관없이 민간 협력이 꾸준히 이어지며 새로운 ‘한·일 상생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을 벌이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일본 기술자의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이 2008년 12개에서 올해 66개로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한 일본 퇴직기술자들은 제조공정 개선뿐 아니라 수출 확대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생활용품과 화장품 용기에 들어가는 펌프와 스프레이를 제조하는 중소업체 다린은 일본 퇴직기술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공급한 일부 제품에서 발생한 불량을 해결하지 못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에 문제 해결을 의뢰했다. 재단은 일본 분무기 회사 캐니온에서 35년간 일한 오카무라 도시히코 씨(62)를 소개했다.

현장을 돌아보고 설계도면을 확인한 오카무라 씨는 부품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린은 그의 말대로 설계를 다시 해 불량문제를 해결했다. 오카무라 씨는 일본 판매 확대를 위한 조언도 해줬다.

원액기를 생산하는 엔유씨전자는 모터 장인(匠人) 나카니시 요시오 씨(74)의 조언을 받아 대형 고급 제품에 들어가는 모터 개발에 성공했다. 엔유씨전자는 이 제품으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일본 퇴직기술자의 도움을 받은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이 평균 5억원 정도 늘었고, 불량률은 11.3%에서 5.2%로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