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을 비밀병기는 '월드 프리미엄 제품'

불황에도 세계 1위 제품은 웃다
한국 수출 이끌던 주력들 침체
아모레 '쿠션', 효성 '스판덱스' 등 1등 제품들은 여전히 '대박'

기업들 세계 최고 기술 제품 개발
삼성, 최고급 갤럭시S7 3월 출시
현대차 제네시스,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브랜드 세계 공략 '속도'
작년 한 해 한국 기업들은 유가 급락,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의 요인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16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는 대외 여건이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작년 말 단행된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파가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경제 체력’이 허약한 신흥국 중 일부가 어려움에 빠질 것”(우신욱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과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2016년 기업 경영 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 한 해 예상되는 어려움을 ‘월드 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도요타 렉서스 같이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한 월드 프리미엄 제품은 불황 때 타격을 가장 늦게, 그리고 덜 받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불황 속에 웃는 세계 1위 제품

작년 한 해 한국 수출은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수출은 5272억달러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수출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특성상 수출 감소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한국 수출을 이끌었던 석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이 유가 하락, 신흥국 시장 경기 둔화, 중국 경쟁 기업의 도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게 수출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6.6%와 21.4%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수출이 강세를 보인 제품도 있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수출이 53.3% 증가한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적용한 월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작년에 불황 속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6월 디올 등 해외 유명 업체에 쿠션화장품 제조 기술을 전수하는 계약을 맺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내수시장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에도 불구하고 작년 1~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어난 4조2036억원, 영업이익은 34.4% 급증한 7527억원을 기록했다.효성도 스판덱스 세계 1위 브랜드인 ‘크레오라’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작년에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으로부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배터리를 잘 만드는 회사는 LG화학”이라는 평가를 받은 LG화학은 작년에 배터리 분야에서 잇따라 수주 ‘대박’을 터뜨리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월드 프리미엄으로 파도 넘는다

월드 프리미엄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은 작년 한 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빛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올 한 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품 개발과 육성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2014년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아 갤럭시S6와 S6엣지, 갤럭시노트5 등의 개발을 주도한 고동진 사장은 작년 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무선사업부의 새 사령탑을 맡았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장 교체는 6년 만이다. 사령탑을 교체한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를 내놓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고급 사양을 내세운 월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앞세워 애플이 장악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세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인 초대형 세단 EQ900(해외명 G90)과 대형 세단인 3세대 제네시스(G80)를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람보르기니 출신인 마케팅 전문가 맨프레드 피츠제럴드와 벤틀리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루크 동커볼케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인다. LG 시그니처는 상위 5% 내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다.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가격도 비싸게 책정할 예정이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단 TV,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