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미국경제 과연 순항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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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미국 경제는 과연 순항하고 있나? 미국 중앙은행(Fed)이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자 본격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긴 2008년 금융위기 후 비상수단으로 동원했던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를 모두 종료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미국 경제는 멀쩡하다. 2015년 성장률은 2.1% 정도로 예상돼 그런대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업률은 5% 전후로 완전고용 수준에 접근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숫자로 보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이다. 이달 초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 상당수 학자들이 미국 경제의 저성장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낮은 임금상승률이다. 경제가 호조라면 임금이 올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0.2%로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0.6%로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너무 낮다.지표·체감 경기 간 괴리 심해
낮은 임금상승률은 Fed의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한 저(低)물가와 직결된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3년 반 동안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옐런은 “물가가 중기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옐런의 견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유는 낮은 임금상승률 이면에는 노동생산성 하락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2.2%, 2000~2007년 2.6%였던 미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8년 이후 1.3%로 떨어졌다. 2011~2013년엔 0.7%로 추락했다. 앨런 블라인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 따르면 잠재 GDP 증가율은 노동생산성의 영향을 받으며 미국의 잠재 GDP 증가율은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평균 0.2%포인트 높다. 따라서 향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870~2013년, 143년 평균인 2.3%를 유지하면 미국의 잠재 성장률은 2.5%에 달할 수 있다. 반면 최근 몇 년처럼 0.7%에 머문다면 잠재 성장률은 1%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생산성 하락이 저임금, 저물가의 원인이며 미국의 경제 성장률 역시 갉아먹을 것이라는 얘기다.심각한 것은 생산성이 왜 떨어지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양적 완화로 자본이 실물에서 금융 부문으로 이동해 기업 투자가 위축됐고 이것이 노동의 활용도를 떨어뜨려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린 것으로 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 환경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규제가 속속 생기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을 한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채용이 감소해 노동시장 참가율이 1977년 이후 최저치인 62%대로 곤두박질친 것도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낮은 실업률도 사실은 수백만명이 취업을 포기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미국 안팎으로 전 세계 관심은 온통 Fed의 추가 금리 인상에 쏠려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발(發) 금융시장 불안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장기 성장잠재력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 지도까지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노동시장 동향에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