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장 저격하는 한파…요즘같이 추운 날, 아침운동은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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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겨울철 심혈관 질환 예방법날씨가 추워지면 급성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가 늘어난다. 이들 질환은 모두 기온이 뚝 떨어지는 시기에 환자가 가장 많다. 따뜻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실내외 온도 차가 큰 겨울 아침에 신문을 가지러 나가거나 볼일을 보러 잠시 바깥에 나왔다가 쓰러지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갑자기 찬바람 쐬면 혈관 수축…혈압 오르면서 뇌졸중 등 유발
당뇨·고혈압 환자 위험도 높아…가슴 통증 느낀다면 의심
금연으로 뇌졸중 발병률 낮춰…수영 등 실내 유산소운동 필요
건강식품 의존 말아야
유럽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하루평균 전체 사망자는 1.35% 늘었다. 심혈관계 질환자는 1.72%, 뇌혈관계 질환자는 1.25% 증가했다. 추운 겨울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급성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찬 공기+아침’ 심혈관 질환 위험↑
뇌졸중은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뇌세포가 죽는다. 시간이 길수록 많은 후유증을 남긴다. 급성 심근경색은 뇌졸중과 부위만 다를 뿐 원인은 같다. 심장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사망할 수도 있다.
이들 질환은 모두 추운 날 아침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사람이 잠을 자면 온몸이 이완 상태가 된다.교감신경도 느슨해진다.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예민해지고 온몸이 긴장 상태가 된다. 잠에서 깬 직후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가장 크다. 심장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등이 아침에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심장 부담은 더 커진다.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말초동맥이 수축돼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가지 위험인자가 겹치는 겨울철 아침, 추운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나타날 수 있다.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운 다음 날 아침 찬 공기에 노출되는 것은 기름을 끼얹고 불에 뛰어드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술과 담배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아침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코올 성분이 심장 근육의 전기회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담배 속 니코틴 성분은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담배를 피울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뭉쳐 심장과 뇌에 산소가 가는 것을 방해한다.
당뇨·고혈압·고지혈증 있으면 주의해야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으면 혈관이 빨리 늙는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위험이 4~5배 증가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미세혈관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약해질 수 있다. 고지혈증이 있으면 혈관 벽에 지방이 붙어 혈관이 좁아진다.
혈관에 붙어 있던 덩어리가 깨져 피떡(혈전)이 돼 흘러가다가 심장 쪽 혈관을 막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추운 아침에 혈압이 갑자기 높아져 뇌혈관이 터질 수 있다. 당뇨병도 뇌졸중 위험을 1.8~2.5배 정도 높인다.
겉으로는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있거나 고혈압이 있을 수 있다.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나이가 많거나 담배를 피우면 혈관 건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추운 아침에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최혜연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갑자기 한쪽 얼굴 또는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슴 정중앙이나 왼쪽 부분에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명치, 턱 끝이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이때는 바로 근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추운 날씨에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면 저체온증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저체온증이 생기면 몸속 세포와 장기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체온이 32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대개 체온이 조금 내려가면 우리 몸은 스스로 몸을 떨어 체온을 올리지만 32도 밑으로 내려가면 떨림 현상이 사라지고 스스로 체온을 올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아 체온 조절 기능이 더 떨어진다. 자칫 의식을 잃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저체온이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따뜻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옷이 젖었다면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고 담요를 덮어 체온이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정웅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식이나 약을 먹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환자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장이 완전히 멈춰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도에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한 뒤 심장 부분을 30회 정도 압박하는 방법이다. 입과 입을 맞대는 인공호흡이 아닌 심장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혈관 건강 지키려면 운동·식습관 중요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관 벽이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꾸준히 운동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한 주에 4~5회 정도 운동하는 것이 좋다.
다만, 추운 겨울 갑자기 야외 운동을 하면 각종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겨울에는 수영처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박재형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는 당장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미루지 말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끊으면 1년 안에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이 된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고기는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패스트푸드처럼 트랜스지방이 든 음식은 적게 먹어야 한다.
박 교수는 “육류가 좋지 않다고 극단적으로 식단에서 모든 육류를 제거하면 영양 불균형이나 빈혈 위험이 있어 오히려 좋지 않다”며 “식습관은 개선하지 않고 건강식품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혈관 노화를 예방한다고 확인된 건강식품은 없다”고 강조했다.도움말=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혜연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재형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정웅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