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려도 판매 안 늘어"… 전자업체 사장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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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얼마 전 한 전자업체 사장급 임원을 만나 경영환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였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그는 “경제 법칙이 무너졌다”는 표현을 썼다. 예전에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물건값을 내렸다고 한다. 가격을 내려 판매량을 늘리고 매출이 회복되면 다시 가격을 서서히 올리는 전략을 썼다고 한다. 값이 싸지면 수요가 늘어난다는 경제학적 상식에 근거한 전략이었다.지금은 다르단다. 값을 내려도 판매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도 웬만하면 전자제품은 새로 사지 않는다. 유일하게 팔리는 게 초고가 제품이다. 경제상황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상위 1% 소비자층만 지갑을 연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초고가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남짓이다. 그는 “가격탄력성이 너무 떨어졌다. 정말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대한 토로는 이어졌다. 예전에는 불황이 와도 1~2년 정도 버티면 됐다고 했다. 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1~2년은 불 끄고 출장 안 가는 비용절감으로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불황이 전 세계에 퍼진 데다 중국 기업이 괜찮은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돌파구는 뭘까. 그는 “소비자가 열광할 완전히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처럼 가격에 상관없이 팔리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돼야 한다는 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또 다른 부담이었다.그는 부탁이 있다고 했다. 간절한 목소리였다. “한국 기업끼리 싸움 붙이는 기사가 재미있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에요. 중국은 앞으로 더 치고 올라올 테고 일본도 지금보다 더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 이제 한국 업체는 공생(共生) 아니면 공멸(共滅)이에요. 한·중·일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이길 방법을 언론이 고민해줬으면 합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