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 강화' 나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민동석 사무총장

"세계시민교육 확대…학생들 바른 인성·소양 키울 것"

2008년 한·미 FTA소고기 협상
물러날 길 없어 초인적 힘 났죠

'흙수저' 용어, 부모 욕되게 하는 일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
“아프리카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교육입니다. 교육만이 유일한 희망이며 한국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사진)은 “1970년 이래 2013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가 1550억달러(약 1860조원)에 달했지만 아프리카는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모가 가난해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데 이를 끊을 유일한 희망은 교육”이라는 설명이다.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조직이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세계 199개 국가별 위원회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위원회로 한국을 꼽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해 들어 해외교육 원조와 세계시민교육 확대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6개국과 아시아 6개국에 지역학습센터를 세워주고 교사를 파견해 교육하는 ‘유네스코희망브릿지’ 사업에 올해 보츠와나와 스와질란드 등 2개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네스코는 1954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였던 한국에 교과서 인쇄공장을 세워줘 교육시스템을 재건할 수 있게 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했다”며 “한국의 교육지원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역량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위원회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제안한 세계시민교육 활동도 확대할 예정이다. 민 사무총장은 “올해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는 데 맞춰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자 ‘유네스코세계시민학교’를 개설했다”며 “초·중·고·대학생의 학교급별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통해 바른 인성과 소양을 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네스코의 가치와 정신을 가르치는 국내 408개 ‘유네스코학교’와 세계 1만개 유네스코학교 간 교류 협력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한국위원회는 2014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민과 함께 만드는 평화, 배움으로 꿈을 이루는 지구촌’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정립했고 교육 원조에 필요한 후원금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민 사무총장은 “기업들은 아프리카를 지원하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유네스코와 국제사회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 무슨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게 아니다”며 “교육지원의 수혜자에는 한국 기업도 포함돼 있는 만큼 이제는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위원회는 아프리카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풍토병과 테러 위험 속에서도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하고 인류에 헌신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교육만이 희망이라는 확신을 널리 퍼뜨리도록 국민이 계속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민 사무총장은 2012년부터 한국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소고기 협상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 뒤로 물러날 길이 없다보니 초인적 힘이 났다”고 협상 당시를 회상한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흙수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부모나 국가를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민 사무총장은 “부모나 국가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조하고 기가 꺾이기보다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