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산업실…기재부 국토국…기재부 복지과, 관가에 '기재부 독주시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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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처 불만 팽배감사원 감사위원은 정부 감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 멤버로 이른바 ‘끗발’ 있는 자리다. 차관급이지만 사실상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4년 임기도 헌법에 보장돼 있다. 자연히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오는 14일 임기가 끝나는 진영곤 감사위원 후임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상규 조달청장이 임명 제청됐다.이를 두고 관가에선 “또 기재부 출신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후임 조달청장 자리도 기재부 1급이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각 땐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의 장·차관에 기재부 출신이 대거 진출했다. 정부 안팎에서 ‘기재부 독주(獨走)’ 논란이 일 정도다.◆국토부, ‘장관 불임 부처’ 자조
장관 21%·신임 차관 절반 기재부 출신이 장악
인사 독점이 '정책 독주' 불러…전문가들 "견제·균형 상실" 우려
현재 중앙부처 장관급 19명 중 4명(21%)이 기재부 출신이다. 올 들어 새로 임명된 차관 7명 중 4명도 기재부 관료였다. 산업부(주형환 장관), 국토부(강호인 장관), 금융위원회(임종룡 위원장·정은보 부위원장), 국무조정실(이석준 실장·조경규 2차장), 미래부(홍남기 1차관), 복지부(방문규 차관) 등의 장·차관 자리를 기재부 출신이 차지했다.이들 부처에선 자조(自嘲)가 터져 나온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내부 출신 장관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국토부는 스스로를 ‘장관 불임(不妊) 부처’라고 부른다. 산업부는 ‘기재부 산업실’, 국토부는 ‘기재부 국토국’, 복지부는 ‘기재부 복지과’로 전락했다며 ‘기재부 식민시대’라는 한탄도 한다.
기재부 출신은 공기업 인사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달 기재부 출신 김용진 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기획단장이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기재부 관료가 산업부 산하의 발전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한 건 처음이다.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자리에도 지난달 은성수 전 기재부 국제금융차관보가 임명됐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 등도 기재부 출신이다.
◆담당 부처 배제한 채 정책 독점‘인사 독점’은 ‘정책 독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와 예산 등 모든 정책 수단을 틀어쥔 기재부가 각 부처의 견해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불만이 다른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부동산 대책이 한 사례다. 작년 9월 아파트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기재부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를 추진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과거 전세자금 대출 확대가 전셋값만 끌어올렸다며 반대 입장이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가계 부채에 부심하던 금융위도 부정적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위와 함께 결사적으로 반대했지만 밀어붙이는 기재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국내 1호 외국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승인을 추진했던 중국 싼얼병원 부실 논란도 기재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벌어진 일이란 시각이 많다. 싼얼병원은 모회사 회장이 경제사범으로 중국에서 구속되고 계열사가 잇달아 문을 닫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국내 병원 설립이 무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싼얼병원 모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여러 차례 기재부에 얘기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말했다.◆각 부처 자율성 떨어뜨려
전문가들은 기재부 독주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부처 출신이 지나치게 정부 내 요직을 장악하면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이 어려워진다”며 “각 부처의 자율성과 창의성도 떨어뜨려 정책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은 “부처별로 국가의 장기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인내하고 투자해야 하는 업무 분야가 있기 마련인데 다른 부처에서 온 장·차관이 그걸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해당 부처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사람을 중용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원기/김재후/이현일/고은이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