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율 0%…5000억 들인 새 건물 한 달 넘게 '개점휴업' 노량진·가락 신시장에 무슨 일이…

"면적 좁고 임차료 올라"
기존 상인들 입주 거부
2단계 현대화사업 차질
새로 지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의 새 몰(시장)이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30년이 넘은 낡은 시설을 대체하기 위해 2000억원 이상씩을 들여 세운 새 몰에 기존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상인들의 입주가 지연되면서 운영 주체인 수협중앙회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한 달에 수억원의 관리비 부담을 안게 됐고, 앞으로 벌일 현 부지 개발을 통한 2단계 현대화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4일 현재 노량진수산시장 새 몰의 입주율은 0%다. 노량진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중앙회는 애초 지난달 15일까지 상인들과 임대차계약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말까지 입주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계약기간을 3월15일까지 연장했다. 상인들이 “매장 면적이 좁은 데다 임차료가 높다”며 이전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최소한 두 달 이상 입주가 늦춰진 것이다.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새 건물 입주 시기를 이달 말로 늦췄다. 과일과 채소 등을 판매하는 청과 상인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50여개 수산회센터만 이전을 마무리한 상태로 다른 상인들의 입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수협은 2009년부터 2241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현대화사업을 마무리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009년부터 2806억원을 들여 현대화사업 1단계인 가락몰을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두 시장은 국내 최대 수산물과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기존 시장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은 “현대화사업이 상인들의 영업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수협과 공사 측은 “상인회 집행부가 기존 이전 합의를 파기한 채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강경민/심성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