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맥] 보통 컴퓨터 1년 계산 30분에 끝, 인류 수수께끼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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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주도할 유망 기술 (3) 양자컴퓨터·자율주행자동차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
슈퍼컴도 못하는 빅데이터 처리…개인정보도 완벽 보호
미국 연 1조원 투자, 중국 알리바바·화웨이까지 경쟁 나서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2009년부터 186만km 주행
IT융통합 확대…현대·기아도 '질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작년 12월 구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대학우주연구협회(URSA)는 양자컴퓨터 ‘D-Wave 2X’의 실물과 연구시설을 공개했다. ‘D-Wave 2X’는 머신러닝과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싱글코어 칩을 활용하는 일반 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산업용, PC로 발전할 수 있다면 대규모 정보기술(IT) 혁명을 일으키는 파괴적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구글과 NASA는 양자컴퓨터 개발의 다음 단계로 △항공 및 교통관제 △생산 시스템 진단 △통신기술 △패턴 인식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 문제에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양자컴퓨터는 ‘0’과 ‘1’ 두 상태 중 하나만을 선택해 만들어지는 숫자 조합인 이진법 비트(bit)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다르다. ‘0’과 ‘1’이 결합한 중첩 상태에서 형성되는 큐비트(qubit=quantum bit) 단위를 기반으로 훨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다. 이론적으로도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가 1년에 걸쳐 풀어야 하는 300자리 정수 소인수분해 계산을 단 30분 만에 끝낼 수 있다. 이를 역이용해 큐비트 체계를 암호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면 암호화 기술에도 큰 영향을 미쳐 어느 누구도 풀지 못하는 암호 체계를 구현해 절대적인 개인정보 보호도 가능해진다.앞으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슈퍼컴퓨터로도 처리할 수 없던 △인공지능 △재료 과학 △유전자 배열 △우주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계산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이어져온 인류와 과학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기술 상용화와 보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매우 미세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적용돼 주변의 전기장, 자기장, 진동에서 철저히 격리돼야 한다. 데이터 처리 장치인 양자컴퓨터 칩도 15밀리캘빈(우주의 온도인 2.7캘빈(섭씨 -270.45도)보다 180배 차가운 온도)에서 작동한다. 모두 풀기 어려운 난제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오랜 기간의 연구는 물론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각국은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을 발표한 뒤, 주요 연구기관에 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유럽연합(EU)은 2006년부터 양자기술 연구에 연 525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캐나다도 2000년 워털루 지역에 양자밸리를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8000억원 넘게 투자했다.중국은 2012년부터 5년간 양자기술에 29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알리바바그룹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회사인 알리윤이 중국과학원(CAS)과 함께 ‘CAS·알리바바 양자컴퓨터연구소’를 설립하는 양허계획(MOU)을 체결했다. 같은 해 9월 화웨이도 독일 뮌헨에 양자암호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일부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양자정보통신기술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작년 박근혜 정부는 양자정보통신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주목하고 ‘2020년 양자정보통신 글로벌 선도국가 진입’을 비전으로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 전략을 수립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핸들 조작 없이 시속 120km, 미래 자동차 기술 총아
자율주행자동차
완성자동차 업체 대부분의 최대 목표는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상용화다. 최근 들어 연비와 효율성은 물론 자동차 배기가스가 유발하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기 등 대체 에너지 자동차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개발된 이후에는 △전방충돌경고장치(FCW)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차선이탈경고장치(LDWS)와 같은 운전 보조장치(ADAS) 기술을 융합해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양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기술박람회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최대 키워드로 떠올랐다. 작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ADAS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는 자동차 기술이 더 주목받았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거론되는 미래 유망기술 중 상용화가 가장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독일 벤츠는 2020년까지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도 시속 120㎞까지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완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12월 국내 최초로 앞에 다른 차가 있으면 자동으로 멈췄다가 출발하고, 제한속도 구간이나 과속 위험 구간에서는 스스로 속도를 줄일 수 있는 ADAS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EQ900’을 선보였다. 기아차도 자율주행 브랜드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출범하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많은 전자 기술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간의 경쟁 혹은 협력이 늘어나는 등 산업 간의 벽이 빠르게 허물어지는 추세다.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 프로젝트를 시작해 작년 8월까지 총 186만㎞의 자율주행 시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에는 자체 개발한 2인승 자율주행자동차를 공개했다. 올해는 독립 자율주행차 사업본부를 출범시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BMW와 중국 바이두도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두 기업이 작년 12월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차는 베이징 시내와 고속도로를 시험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BMW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시스템과 연결을 통해 차량과 스마트 홈을 연동하기로 결정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와 IT 업체의 협력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볼보, 르노-닛산과 아마존은 포드와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자동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00명인 개발 인력을 1800명까지 늘려 2019년까지는 완전 자율주행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10년 전부터 자동차 전기장치(전장)사업을 추진해오다 2013년 7월 독립된 사업본부를 출범한 이후 폭스바겐, 아우디와 공동으로 자동차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