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트 베이비', 한국 찾은 입양 청년의 유쾌한 자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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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내 인생 늘 남한테 물어봐. 그래야 알 수 있어요. 내가 사람들한테 물어봐. 실례합니다, 혹시 내가 누군지 아세요? 왜냐면 내가 잘 몰라요!”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 조씨 코헨이 어눌한 한국말로 부르는 노래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유대인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그였지만 ‘왜 너는 그렇게 눈이 작니’ ‘넌 어디서 왔니’란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이유조차 찾을 수 없는 데 대한 답답함을 담은 곡이었다.다음달 6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전수양 극작, 장희선 작곡, 박칼린 연출)는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한국에 온 조씨와 이태원에서 게이 바를 운영하는 노인 딜리아가 조씨의 생모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입양 청년과 성소수자의 이야기지만 담백하고 유쾌하다. 한국말에 서툰 조씨가 “불상해~” “가족을 찾섭니다!”라고 어눌하게 말하는 모습이나, 큰 꽃무늬 패턴의 화려한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딜리아 캐릭터는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다.
인물이나 장면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적절히 활용한다. 미국 도시 외곽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란 조씨를 표현하기 위해 컨트리 음악, 이태원 게이바 ‘딜리댈리’ 장면에선 재즈와 클래식에 기반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 조씨가 삼촌을 만나기 위해 목포로 간 장면에선 전라도 사투리를 녹여낸 블루스가 등장한다.
중간중간 거친 이야기 전개가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채우는 것은 인물의 심리를 귀에 쏙쏙 들어오게 표현하는 가사들이다. 대표곡인 ‘에어포트 베이비’나 ‘디퍼런트’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입양아 조씨의 심리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조씨 역을 맡은 최재림이 캐릭터에 동화된 연기를 펼친다. 어린 시절 1년간 미국에서 살았다는 최재림은 한국어에 서툰 입양아 조씨 그 자체였다. 4만~5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