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수영장·명품 장식도 안 통하네"

런던 최고급 주택 인기 시들

산유국 부호들 발길 뜸해져
24시간 집사 서비스 제공, 명품 브랜드로 가득찬 실내장식, 10층 높이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투명한 공중 수영장…. 영국 런던 남부 부촌인 나인엘름스지역에 짓고 있는 최고급 주택 엠버시가든스(사진)의 분양 내용이다. 근사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건설붐이 일면서 런던 시내에 고급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됐지만 대부분 매수자를 찾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라고 29일 보도했다.FT에 따르면 현재 런던의 부촌에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고급주택 수는 5만채에 이른다. 하지만 비교적 거래가 활발했던 2014년에도 런던에서 100만파운드(약 17억1700만원) 이상 주택이 매매된 건수는 3900채에 불과했다.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는 더 줄어서다. 수년 전만 해도 홍콩이나 러시아, 중동 부자들은 런던 고급주택을 투자목적을 겸해 구입했다. 그러나 아시아 통화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하락세인 데다 저유가로 산유국 부호들의 소비 여력이 예전만 못하다.

영국이 93만7500파운드(약 16억1000만원) 이상의 주택에 추가로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도 거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FT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뉴욕과 런던 등의 고급주택 개발을 주도한 회사들의 재무 상태가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