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하성용 KAI 사장 "등산은 인생과도 같아…위기 땐 산 오르며 결의 다져"

나의 힐링 비법은

신입사원 때 건강 위해 시작
36년간 매일 새벽 산행
해외출장 때도 등산화 챙겨
생각 정리하며 경영 구상도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65·사진)은 1년 중 3분의 1가량을 외국에서 보낸다. KAI가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알리고, 팔기 위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곳곳을 찾는다.

방문하는 나라에 따라 필요한 짐도 다 다르다. 그러나 하 사장의 출장 가방에 어딜 가든 항상 들어 있는 물건이 있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이상 이어지는 새벽 등산을 위한 등산화다.하 사장이 산을 찾기 시작한 것은 1980년부터다. 대우그룹 3년차 사원 시절이었다. ‘몸이 건강해야 일에 충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매일 새벽 산을 찾은 게 36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경남 사천시에 있는 KAI 본사에 근무할 때는 월아산을, 서울에 있을 때는 집 근처 우면산을 오른다.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속리산 등 웬만한 전국의 명산은 모두 올랐다.

지난 1월에는 20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경남 하동 금오산에 올랐다. 하 사장은 선두에 서서 정상까지 올랐다. “직원들에게 ‘KAI의 미래는 여러분이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며 ‘자신 있게 뭐든지 해보자’고 의욕을 불어넣었죠. 정상에서 다 함께 함성을 지르고 의견을 나누면서 회사 업무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그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생과 등산이 닮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하 사장의 인생도 등락이 있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그룹에 입사해 대우중공업 이사 등을 거쳤다.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 등 3사 항공 관련 부문이 통합돼 KAI가 설립되자 KAI로 적을 옮겼다. 이후 부사장을 지낸 뒤 2011년 KAI를 떠났다.

그는 위기에 빠져 있던 성동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성동조선해양 최고경영자 시절에도 잡념을 없애기 위해 산에 올랐습니다. 임직원들과 경남 통영 벽방산을 함께 오르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죠.”하 사장이 KAI로 돌아오는 데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KAI 출신 가운데는 처음으로 2013년 KAI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가 꼽는 등산의 또 다른 장점은 등산을 하면서 경영 구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사장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나 결정한 일을 추진할 때 산을 찾아 생각을 정리한다.

그는 “KAI가 제 궤도에 올라 2030년에 매출 20조원을 달성하면 순수 항공기 제조업체로는 세계 5위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며 “회사와 후배들을 위해 미국의 고등훈련기(T-X) 도입사업 수주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