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개혁에 명운 걸어야 한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능국회’ ‘불임국회’로 전락한 19대 국회에 실망하고 분노한 시민들이 뛰쳐나오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남긴 상흔(傷痕)은 너무 크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는 의회독재의 폭주만 남겼다. 이제 유권자들은 낙후된 정치와 함량미달의 정치인을 ‘분리수거’해야 한다며 20대 총선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총선이 20여일 남아 있는 상황인데도 정당들의 공식 공약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공약이란 게 대부분 경제민주화요, 온갖 퍼주기 복지뿐이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공약은 이 같은 것이 아니다. 정치를 정치답게 하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선진화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를 의사무능력자로 만든 법안이다. 19대 국회에서 선진화법의 폐해를 수없이 지켜봤다.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안건을 지정하는 데도 재적의원의 60% 이상 찬성을 요구했다.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식물국회’ ‘뇌사국회’를 가져온 장본인이고 소수당에만 유리한 법안이다.국회의원을 시정잡배가 되게 하는 각종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폐지해야 한다. 면책특권은 부당한 탄압에 대해 정당한 의정활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권한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악용해 개인 비리의 방패로 삼았다. 온갖 비리가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국민 4분의 1을 전과자가 되게 하는 과잉 형벌 입법도 축소해야 하고 정당을 ‘봉숭아학당’처럼 줄 세우는 정당 내 선수제도도 폐지해야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보수도 대폭 삭감해야 한다. 소득 총액이 근로자 평균 소득의 2배가 넘지 않도록 줄이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아울러 100여개 특권 중 절반 이상은 폐지해야 한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법안을 마구 찍어내는 것도 사라져야 할 관행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이 정당의 공약으로 제시돼야 한다. 모든 입후보자가 이 같은 공약의 준수를 약속하고 서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회를 더는 조폭집단이나 봉숭아학당처럼 방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