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미국 경제 거품 없다"…버냉키 "경기후퇴 근거 없어"

전·현직 Fed 의장들의 미국 경제 자신감

볼커 "미국 경제 상황 좋지만 단기차입 의존율 높은 편"
그린스펀 "생산성 증가율 1%도 안 되는 건 부담"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왼쪽)이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벤 버냉키 전 의장과 미국 경제 및 세계 경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두 전·현직 의장은 “미국 경제가 만족스러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EPA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폴 볼커 등 전 Fed 의장들이 한목소리로 미국 경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민간 비영리단체 인터내셔널하우스가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입을 맞춘 듯 미국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옐런 의장은 먼저 “미국 경제에 거품이 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과대평가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거품경제 위에 앉아 있다”는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반박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옐런은 이어 “미국 경제가 만족스러운 수준의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고용시장은 일부 슬랙(유휴노동력)이 있지만 완전고용에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저물가에 대해서도 “일시적 요인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세계가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미국 경제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일각의 경기후퇴론을 일축했다.볼커 전 의장은 “경기가 오르고 내리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현 경기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의 단기차입 의존율이 높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화상으로 참석한 그린스펀 전 의장은 “세계 생산성 증가율이 최근 5년간 1% 미만에 그친 점은 우려된다”고 했다.

옐런 의장은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점진적 인상이 최선의 예측”이라는 간접화법으로 속내를 밝혔다. 내수가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의 역풍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옐런은 “Fed의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경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Fed의 금리 인상은 실수가 아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올 들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당시 지표는 고용과 물가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Fed 의장 4명이 함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013년 Fed 창립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지만 경제전망을 주제로 한 토론은 없었다. 전·현직 4명의 재임 기간을 모두 합치면 37년으로 Fed 역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