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어주는 남자'로 변신한 전 헌법재판관·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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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이들이 예쁜 우리말 익히는 계기 됐으면"퇴임 뒤 공익활동에 힘쓰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0기)과 차동민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57·13기) 등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 읽어주는 남자’로 깜짝 변신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 프로젝트
목영준·차동민·이옥 씨 등 참여
소외 청소년 위한 '목소리 기부'
목 전 재판관이 위원장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회는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녹음실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목 위원장을 비롯 차 전 고검장, 오종남 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이옥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 위원 전원이 참여해 이춘희 작가의 동화 ‘싸개 싸개 오줌싸개’를 읽었다. 딱딱한 법서나 어려운 문자가 빼곡한 행정문서가 어울릴법한 이들이 동화책을 잡게 된 계기는 사회공헌위원회가 분기마다 시행하는 ‘다문화 여성 법률 아카데미’에서 시작됐다.
법률교육, 공익단체 후원, 공익소송 대리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해 온 위원회는 2014년부터 분기마다 충북 음성, 경북 경산, 전북 김제의 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 여성 법률 아카데미’를 열었다.
결혼 이주 여성이 많이 사는 곳에 변호사들이 찾아가 국적·체류, 가족·상속법, 근로, 형사 관련 법률 강의와 상담을 함께 제공하는 법률교육으로, 2014년 8월부터 다섯 차례 교육에 200여명이 참여했다.목 위원장은 “그동안 교육에서 이주 여성들이 우리말이 서툴다 보니 아이들에게 우리 동화를 정확히 들려줄 수 없어 아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목소리 재능기부’를 하면 좋겠다는 요청에 위원들이 한목소리로 동참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날 위원들이 낭독한 동화는 음원 플레이어에 담겨 책과 함께 다문화센터 3곳에 전달될 예정이다. 목소리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목 위원장, 차 전 고검장은 법원과 검찰 재직 시절에 각각 대법원 공보관, 대검찰청 공보관을 지내 평소에도 소통·교육 등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목 위원장은 “호응이 좋으면 더 많은 아동이 동화를 들을 수 있도록 변호사 등을 동원해서라도 프로젝트를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어 “올해 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은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소외된 청소년의 교육”이라면서 “변호사와 학생의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