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별이 된 환자들을 기리며

윤호주 < 한양대 국제병원장 hiyoon@hanyang.ac.kr >
늦은 밤 연구실을 나서던 날이었다. 병원 중환자실 복도에서 지친 모습으로 의자에서 졸고 있던 보호자가 갑자기 깨 필자와 눈이 마주쳤다. 무거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이 스스로 ‘작은 생명’이란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의료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가슴 한쪽이 저려올 때가 많다. 부모 없이 실질적 가장이 돼 두 여동생을 키워온 오빠가 폐암이 온 몸에 전이된 줄도 모르고 지내다 손 쓸 틈도 없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일, 오로지 가족이란 이름으로 죽음을 서로 대신하겠다며 울부짖던 사람들, 마지막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남겨진 가족을 사랑으로 묶으며 떠나간 사람들….비록 그들은 이 세상에 없지만, 각자 소중한 사람의 마음속에 별이 됐으리라.몇 년 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라이베리아 지역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 떠났다가 자신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의 고비를 넘긴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또다시 그곳에 가고자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의사의 길은 가족만의 길도, 미국만의 길도, 같은 민족만을 위한 길도 아닙니다. 인류애와 생명의 존엄성이 오로지 의사의 길입니다. 이걸 위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금까지도 나직이 되뇌일 때마다 환자에 대한 마음가짐을 올곧게 하고, 엄숙함과 경건함까지 갖게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며, 인종 종교 국적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려는 마음가짐을 되새긴다.

생명을 다루는 의술은 환자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작은 생명의 불씨도 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한다. 삶과 죽음 앞에서 인생의 참모습을 가르쳐준 많은 환자가 생각난다. 모두 필자에겐 소중한 작은 별들이다.나눠주며 행복했던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이라고 했던가. 의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가 늦은 밤 귀가하는 반복적인 삶이 고달플 때도 있다. 하지만 쾌유되는 환자들을 보며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 하나를 내려 가슴에 달았다.

윤호주 < 한양대 국제병원장 hiyoon@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