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에 서리 내린 세종시 부동산

부동산 현장 포커스
불법전매 수사 후 거래 실종…중개업소 '개점 휴업'

6월까진 '거래 보릿고개'
세종시 거주자 우선분양 축소…7월부터 최대 6700가구
딴 동네 살아도 청약 가능
"분양권 거래 대신 직접 청약"…하반기엔 분양시장 뜨거울 듯
검찰이 아파트 불법 전매 수사에 착수하면서 세종시 2-2 생활권 지역 내 적잖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휴업에 들어갔다. 이해성 기자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세종시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수사가 다운계약(실제 거래가보다 낮게 계약하는 것) 등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상적인 분양권 거래마저도 거의 실종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7월부터 세종시 아파트 우선공급권이 세종시 이외 지역 주민들에게로 확대된다. 올 하반기 최대 6700여가구에 대해 세종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도 청약에 참여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중개업소 곳곳 휴업 … 거래는 ‘뚝’

지난 18일 세종시 2-2생활권인 새롬동. 대낮이지만 중개업소 두세 곳 중 한 곳꼴로 문이 닫혀 있다. 검찰뿐만 아니라 국세청까지 나서 실거래 신고 위반을 단속한다는 소문까지 돌아 분위기가 흉흉하다. D공인중개 관계자는 “세종시에서 오래 영업을 한 업소라면 어떤 곳도 분양권 불법 전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아예 출근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A공인중개, H공인중개 등의 관계자는 “(주택거래) 시장이 완전히 죽었다. 아무것도 모르니 더 묻지 마라”며 퉁명스럽게 반응했다.2-2생활권엔 내년 4~5월 입주 예정인 더샵힐스테이트, 메이저시티, 캐슬앤파밀리에, 예미지 등의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특별공급분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바뀐 2014년 3월 이후 얼마 안 돼 분양한 단지들인데다 세종시 안에서도 입지 여건이 좋은 편이라 이번 검찰 수사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2억원 초반대에 공급된 이 일대 아파트 전용면적 59㎡ 분양권은 최대 4000만원가량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아직까지 변동은 없지만 가격이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N공인중개 관계자는 “웃돈이 많이 붙어 있고 매물도 쏟아지는데 수요자들은 싼 물건만 찾고 있어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종시에서 공급된 아파트 6만여가구 전체 분양 계약자에 대한 자료를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2010~2013년 이전기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물량 9900여가구 중 등기를 마친 것으로 추정되는 약 6200가구를 뺀 나머지에 대한 불법 전매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불법 전매는 계약 시점을 조작하고 일부는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특성이 있어 조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인중개업소 여섯 곳의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혐의가 드러난 중개업소 및 계약 당사자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양도세 추징 대상인 다운계약 등 실거래신고 위반은 (국세청 고발 사항이라) 아직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7월부터 청약시장 개방

세종시 주민만 청약할 수 있던 세종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이 오는 7월부터 외부에 개방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19일 공포했다. 세종시 거주우대기간과 아파트 우선공급 비율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거주우대기간은 2년이었으나 이를 1년으로 줄이면서 거주자 우선공급 비율을 기존 100%에서 50%까지 줄이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경우 올해 남은 공급 예정 물량 1만5700여가구 가운데 3-3생활권에서 공급 중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펜타힐스 1522가구와 다음달 3-2생활권에서 공급 예정인 신동아파밀리에 723가구를 제외한 1만3500여가구가 새 주택공급규칙 적용 대상이 된다. 이 가운데 최대 절반인 6700여가구에 다른 지역 주민들도 청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관련 업계 의견을 들어 이달 안에 비율 등을 행정예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복청은 공급 제한이 풀리는 만큼 기존 거주민이 독점하던 아파트의 불법 전매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급 규칙 개정에 따라 하반기 세종시 아파트 청약시장은 더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시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부터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 2-1생활권 L4블록에서 포스코 등이 선보인 ‘더 하이스트’가 평균 69 대 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2010년 이후 최고였던 2014년 10월 2-2생활권 M4블록에서 선보인 더샵힐스테이트 경쟁률(63 대 1)이 1년도 안 돼 깨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