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한국열처리 회장 "뿌리기업 생산직 인력난 '허덕'…실업계 고교 늘려 기능인 키워야"
입력
수정
지면A19
중소기업인 한마디“뿌리산업이 튼튼해야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대다수 뿌리기업은 생산직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업계 고등학교를 늘려야 합니다.”
이희영 한국열처리 회장(76·사진)의 하소연이다. 그는 51년째 담금질 현장을 지키는 현역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25세 때인 1965년 일본으로 건너가 용광로 앞에서 코피를 쏟아가며 기술을 배운 뒤 ‘열처리 외길’을 걷고 있다.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현장 중심주의 덕분에 한국열처리는 가장 어렵다는 항공기 부품 열처리 기술을 갖췄다. 항공기 랜딩기어 열처리 자격도 갖고 있다. 탱크의 캐터필러를 비롯해 각종 방산장비와 기계 부품도 열처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다수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을 조립하는 완제품 업체”라며 “중소기업의 품질 향상 없이는 대기업 제품 품질이 올라갈 수 없고 이를 위해선 뿌리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을 줄이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늘리자”고 건의했다. 이 회장은 “대졸자만 양산되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뿌리기업 생산 현장으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열처리는 업종 다각화 차원에서 기계부품 가공업에도 진출해 10명을 충원했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2.5%(지난 2월 기준)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대기업의 2.7배, 미충원 인원은 7만8000여명(작년 하반기 기준)에 이른다.이 회장은 “독일처럼 학벌보다 기술을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기능인들이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을 주도하는 문화가 있어야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