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스러움 그 자체 정선아, 착한마녀 글린다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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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정선아의 첫 인상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뮤지컬 ‘위키드’ 2013년 공연에 이어 2016년 앙코르 공연에 출연 중인 정선아는 ‘위키드’ 속 착한마녀 글린다의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고스란히 무대 밖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하얀 드레스와 금발머리, 장난기 어린 목소리, 호기심 깃든 눈빛까지 글린다와 정선아 사이에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정선아는 ‘원작을 뛰어넘는 배우’, ‘월드 베스트 글린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30일에는 글린다로서 무대에 서는 173번째 공연을 가지며, 국내 최다 글린다 공연 기록을 세우는 등 매 회 관객들의 찬사와 환호를 받고 있다.“글린다로 150회 이상 공연을 할 줄은 몰랐어요. 초연에 이어 재연에 뽑아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글린다를 아끼고 열심히 하는 만큼 관객 분들도 정선아를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느껴요.”뮤지컬 ‘위키드’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똑똑한 초록 마녀 엘파바와 귀여운 금발 마녀 글린다의 성장과 우정을 담았다. 못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는 사실 정의롭고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며, 착한 마녀 글린다는 꾸미기 좋아하고 주목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공주병 환자라는 발칙한 상상에서부터 출발한다.“‘위키드’는 힐링이 되고, 동심의 세계에 빠질 수 있고, 메시지 전달도 있고,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하게 하는 등 관객들이 감동을 받아갈 수 있는 작품이에요.” 주위를 밝게 하는 힘을 가진 정선아는 걸음걸음마다 치명적인 애교를 뿌리고 다니는 못 말리는 여자 글린다로 완벽 변신했다. 버블 머신(bubble machine)을 타고 글린다가 무대로 내려올 때 관객들은 벌써 정선아의 미소에 빠져버린다. “사실 버블 머신을 타고 내려올 때 겁나요. 버블 드레스 무게가 20kg 정도 되고, 봉과 왕관도 무거워요. 배우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연습 때는 허리가 너무 아팠어요. 그래도 새털처럼 가볍게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노래를 해야 하죠.”글린다는 질투만큼 사랑도 넘치는 귀여운 캐릭터다. 콧대 높지만 마음이 따뜻한 글린다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엘파바를 골탕 먹이고 금세 반성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는 악녀보다 오히려 순수한 아이에 가깝다. 그의 매력에 빠진 관객들은 무대 위에 그가 등장만 해도 입이 찢어지게 미소를 짓는다. 글린다는 ‘위키드’에서 웃음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까지 가지고 있다. “초연 때는 서사를 따라가기 급급했어요. 무조건 내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죠. 그래서 돋보일 수 있는 테마송 ‘파퓰러’(Popular)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3년간 많은 일을 겪고 ‘위키드’로 돌아오니까, 나보다 작품을 빛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라고요. 글린다의 성장통과 감정의 흐름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글린다는 선과 악을 오가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등 내적 갈등을 표현해야 하는 역이다. 연인인 피에로는 친구인 엘파바를 좋아한다며 떠났고, 사랑하는 친구 엘파바는 그의 눈앞에서 죽은 것처럼 사라졌다. 어쩌면 ‘위키드’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엘파바가 아닌 글린다가 아닐까. “글린다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지만 알고 보면 그저 철없는 철부지에요.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면도 있지만 알파바와의 우정을 통해 점점 성장해 나가죠. 마치 나의 모습과 같더라고요. 저 역시 글린다처럼 나만 생각하고 내 위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철없던 시절이 분명 있었어요. 남에게 상처도 주고 또 받으면서 오랜 기간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하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점차 달라지고 있어요.”데뷔 14년차 베테랑 배우인 그는 작품의 메시지와 캐릭터 내면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의 글린다는 극이 진행될수록 성숙해지고 단단해진다. 글린다는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다. 그런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위키드’는 밝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 “글린다를 했을 때 관객들에게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글린다 역으로 오디션에 지원했죠. 털이 백조처럼 많이 달린 원피스를 입고 갔어요. 정신없이 들어가다가 악보도 밖에 놓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가고 이러니까 ‘쟨 들어오는 것부터 글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글린다를 너무 사랑해요, 관객분들이 글린다 하면 정선아, 정선아 하면 글린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더 많이 시켜주시면 좋겠어요.”좋은 작품이기에 좋은 인연도 만들어졌다. 글린다 역에 아이비가 더블 캐스팅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글린다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초록마녀 엘파바 역에는 초연 때 함께했던 박혜나와 새로 합류한 차지연이 열연하고 있다. “아이비 언니는 사랑스럽고, 생각보다 털털해요. 연습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가수로서 섹시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귀여워요. (차)지연 언니는 ‘아이다’, ‘드림걸즈’를 같이해서 친해요. 워낙 에너지가 강하고 무대 위에서 힘 있는 배우라 글린다와 엘파바가 만났을 때 정말 짱짱하게 대립돼요. 누구 하나 에너지 적은 것 없이 비슷한 에너지로 짱짱하게 가서 큰 에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연기를 해주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아, 이게 연기다’ 싶을 때가 있어요. 저도 모르게 에너지를 쏟게 되죠. (박)혜나 언니는 천사에요. 엘파바가 나중에는 조금 악독해지지만, 캐릭터와는 달리 늘 선한 에너지로 제게 힘을 줘요. 아마 하늘이 제게 내려준 사람이 아닐까요. 함께 무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위키드’를 통해 허영심 많은 금발의 글린다를 연기하는 정선아, 실제 정선아는 엘파바와 글린다, 둘 사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가만히 있으면 새침한 깍쟁이처럼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내면에는 털털한 남자아이가 숨어 있어 있거든요. 아무리 글린다처럼 예쁘게 꾸미고 내숭을 떨어 봐도, 조금만 친해지면 저도 모르게 제 속에는 선머슴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요.”그의 말처럼 대화를 나누기 전 정선아의 첫 인상은 도도한 깍쟁이와 같이 차가워 보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분위기는 부드러워졌고, 이내 인터뷰 현장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사실 눈물이 많아요. 예쁜 것만 봐도 눈물이 난다니까요. 완벽주의자 같지만 바보 같고 허술한 면이 많아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뮤지컬계의 디바’라는 호평을 받는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2년 신시컴퍼니의 ‘렌트’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주인공 미미 역으로 단박에 캐스팅됐다. 이후 그는 ‘아가씨와 건달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드림걸즈’, ‘아이다’, ‘에비타’ 등 여러 대작에서 주역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2013년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와 2014년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아이다’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어 무대에서 뛰어 다니는 꿈을 꿨어요. 다른 친구들이 아이돌 가수를 꿈꿀 때 저는 오로지 뮤지컬만 팠어요. 당시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장르였지만, 열여덟 살 어린 나이부터 지금껏 무대에 오르는 게 질리지 않아요. 관객이 나에게 환호하고, 작품에 몰입해 울고 웃는 모습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요.”뮤지컬은 언제나 부담과 두려움이 함께 하지만 그럼에도 정선아는 끊임없이 무대 위에 오른다. 무엇이 그를 무대에 오르게 하는 것일까.“초반에는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 작품을 선택했죠. 그러다 조연으로 출연하시는 선배님들이 관객에게 큰 즐거움을 주시는 것을 보고 역할에 크고 작음이 없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혼자 주인공도 좋지만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감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를 해봤어요. 어느 역할을 해도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요.” 필모그래피가 쌓이면 쌓일수록 뮤지컬에 대한 정선아의 애정은 점점 깊어져 갔다. 다수의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 독보적인 매력으로 관객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정선아. 화려한 데뷔 이후 늘 중심에 서 있었고, 모두가 무대 위의 그를 기다리지만 무대를 독식하려 하지 않는 일념으로 최고의 대열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다. “저에게 이런 끼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어떤 작품, 어떤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잘할 수 있도록 노력 할게요. 사랑의 눈으로 봐 주세요. 그리고 성장과정도 봐주세요. 그간 뮤지컬을 너무 사랑해 왔어요. 다른 장르가 싫어서는 아니었고, 다른 곳에 눈을 둘 여유가 없을 만큼 뮤지컬을 사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에는 다른 장르에도 눈길이 가요. 방송 활동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리고, 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최근 동료 뮤지컬 배우들이 ‘복면가왕’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출연하는 것도 영광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위키드’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어요.”
온라인정보팀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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