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연초 대비 반토막…정유사 '알래스카의 여름' 끝?
입력
수정
지면A13
배럴당 10달러→4.6달러로정유업계 실적을 가늠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과 원유 도입단가 차이)이 연초 대비 ‘반 토막’ 났다. 정유업계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대로 이익 낼 정유사 없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배럴당 평균 4.6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금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라며 “이 수준에선 제대로 이익을 낼 정유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정제마진은 올 1월만 해도 배럴당 평균 10.2달러에 달했다. 덕분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에서 공장 가동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빼면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알래스카의 여름이 끝났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추운 알래스카 지방에서 7~8월에 잠깐 나타나는 따뜻한 날씨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짧은 호황’을 지칭하기 위해 이 말을 언급하면서 업계에 회자됐다.
증권업계도 정유사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낮추는 추세다. 동부증권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5110억원으로 추정했다. 올 2분기 1조1200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다만 업계에서는 정유 부문과 달리 석유화학 부문이 호황을 지속하고 있어 실적 쇼크를 막아줄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보통 정유사 매출의 20~30%를 차지한다. 올 4분기에 국내외 주요 정유사의 정기 보수 일정이 잡혀 있는데, 이 때문에 원유 재고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남아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