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JP, 안철수와 25일 냉면회동…반-안 다리 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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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위원장 동석…‘반기문-안철수 연대론’ 관련 주목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오는 25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기로 한데 대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회동은 JP가 지난 8월 인사차 자택으로 찾아온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안 전 대표와 냉면 한번 먹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당초 지난달 9일 만날 예정이었으나 JP 측 사정으로 연기됐다. 박 위원장도 만찬에 함께 한다.
JP, 내각제 개헌 고리로 연대 제안 가능성
안철수, 지지율 하락세…외연확대 필요
安, 권력구조 개편 개헌 부정적…연개 탄력 받을지 미지수
세 사람의 만남이 주목되는 이유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 전 대표간 연대론이 제기되는 시점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JP는 반 총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월 자신의 집을 찾아온 반 총장과 배석자 없이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반 총장은 인사차 방문이라고 했지만 ‘충청권 맹주’로 불렸던 JP와 만남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반 총장도 충청(충북 음성) 출신이어서 내년 대선과 관련해 ‘충청 대망론’이 흘러나왔다.JP는 최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반 총장 예방을 받았을 당시를 언급하며 “반 총장이 확실히 (대선 출마)결심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게 판단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비밀”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 면담 당시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JP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혀,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JP는 박 위원장과 만났을 때도 약 30분 비공개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JP와 박 위원장은 1997년 대선에서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호남과 충청의 표심을 묶어 정권 창출에 성공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JP는 국무총리, 박 위원장은 문화부 장관을 맡아 내각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때문에 JP가 이번 회동에서 반 총장과 안 전 대표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P는 줄곧 내각제를 주장해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내각제에 기반한 연대를 권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반 총장과 안 전 대표 모두 외연 확장이 절실하다. 반 총장 측 관계자는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고, TK(대구·경북)·충청 연대론도 나오지만 반 총장이 대권을 잡기 위해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물론 제 3지역으로 지지세 확대는 필수”라고 말했다.안 전대표도 정치적 위상이 위축되고 있어 반전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 국민의당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과 전국 지지율 모두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전국 지지율은 지난 4월 4주차 23%에서 10월 2주차(10월11일~13일, 전국 성인 1026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엔 12%로 반토막 났다. 호남 지지율은 같은 기간 48%에서 27%로 급락했다. 안 전 대표 지지율도 4월 4주차 21%에서 10월 2주차 9%로 떨어졌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당 안팎의 인사들과 접촉하며 외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동교동계 출신 원로인 권노갑·정대철 당 상임고문과 오찬회동을 하면서 대선 행보와 당의 진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반-안 연대’ 시나리오가 등장한 직후 ‘여권이 분화되면 여권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권이 쪼개지면 그게 계속 여권이냐”고 반문한 바 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나온다면 함께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다만 안 전 대표 측은 정치권의 어른이 보자고 해 뵙는 것이라고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해 권력구조 개편 보다 기본권과 관련해 국민 동의를 구하는게 순서라고 말했다. 내각제를 고리로 한 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것이어서 회동을 계기로 ‘반-안 연대론’이 당장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JP와 회동을 마다하지 않아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