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법인세율 2%P 올리면 세수 되레 연 7000억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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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학회·韓銀 심포지엄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것처럼 대기업 법인세율을 지금보다 2%포인트 인상하면 장기적으로 전체 세수가 7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 해외이전 움직임을 부추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장단기 투자와 사회적 후생도 줄이는 역효과를 부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해외이전 등 부추겨
투자·사회적후생 악영향"
한국금융학회와 한국은행이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추계 정책심포지엄에서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법인세율 2%포인트 인상이 대기업에만 집중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총세수를 3조8000억원 증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7000억원 감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국민의당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일부 정치권은 복지 확대 등 증가하는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 장기적으로 세수, 투자, 후생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대기업만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상되면 단기적으로 총세수가 1% 증가하지만 기업 해외이전 가속화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0.2% 감소한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전체 투자는 3%, 전체 경제후생은 0.1% 감소한다는 것이 김 교수 분석이다. 그는 “법인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와 장기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복지 재원이 필요하다면 법인세 증세보다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혼용해 조달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황상필 한국은행 계량모형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두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커다란 위험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의 원인으로는 △세계적인 통화완화정책의 무용론 △세계교역 증가세 둔화 △신흥국의 금융·실물 불안 우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꼽았다.
황 부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한편 정책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책 불확실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심성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