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까지 잇는 '고가공원 효과'…서울역 뒷동네 중림로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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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두 배 가까이 껑충서울 중림동 중림로(충정로역 5번 출구~서울역 서부교차로) 상권이 뜨고 있다. 서울시가 핵심적인 도심 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서울역고가공원(‘서울로 7017’) 개장 시기가 내년 4월로 다가온 가운데 고가 진입로부터 충정로역(지하철 2·5호선)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 상가를 알아보는 임차인과 투자자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중림로가 서울역고가공원을 찾는 관광객을 끌어들일 최대 배후 상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도로변 호가 3.3㎡당 7000만원
주거용 땅도 매물 구하기 힘들어
걷기 좋은 역사거리로 재개발
젊은이들의 상권으로 변신 중
홍대·경리단길 식당도 옮겨와
서울시는 중림동 도시재생 사업의 첫걸음으로 이르면 이달 중림로 보행문화거리 조성을 위한 시설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홍대·경리단길에서도 옮겨와
13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12월 현재)까지 중림로에 3년간 새로 생긴 일반 및 휴게음식점은 모두 29곳이다. 이 길에 들어선 음식점은 총 79개다. 중림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올초부터 이 길에 상가 매물을 알아보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 종전에는 업무 빌딩이 몰려 있는 충정로역 5번 출구부터 중림로를 따라 상권이 내려오다가 중간에 끊겼다면 최근엔 거꾸로 서울역고가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가게들이 생기고 있다.상가 신축이나 토지 매매 거래도 활발하다.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5층짜리 중림빌딩을 비롯해 만리1구역까지 낡은 건물들 사이로 작년부터 새로 지어진 건물만 세 곳이고 부지 두 곳도 신축 예정이다.
매매가도 오르고 있다. J공인 대표는 “도로에 접한 상업지역 땅값은 작년 말 3.3㎡당 4000만원에 팔렸지만 지금은 5000만~7000만원을 호가한다”며 “주거지역도 1년 전 3.3㎡당 2000만원 안팎이던 게 최근엔 2500만~3000만원으로 뛰었는데도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업종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이후 이렇다 할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이 일대는 서울역 뒤쪽을 중심으로 오래된 국밥집과 선술집이 있는 정도였다. 2001년 삼성사이버빌리지 아파트가 입주하고 인근에 기업 사무실이 들어서며 충정로역 부근으로 직장인이 식사하기 좋은 밥집과 회식에 적합한 식당들이 자리 잡았다. 작년부터는 깔끔하고 세련된 간판의 카페와 수제맥주집, 고깃집, 제과점 등이 생겨나고 있다.인근 D공인 관계자는 “상권이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홍대나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30대 안팎 젊은 사람들도 옮겨오고 있다”며 “최근 생긴 나주곰탕, 도마, 스테이크집 풀그라운드 등도 홍대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들어와 문을 연 곳들”이라고 말했다. 권리금은 전용 50~66㎡가 4000만~5000만원 정도다. 작년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는 설명이다.
◆역사자원 살려 ‘제2의 인사동길’로
450m의 중림로 보행문화거리 조성은 중림동 도시재생 사업 중에서도 가장 먼저 추진된다. 서울시는 주민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5월께 ‘중림동 활성화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시범사업으로 중림로 거리 조성 사업을 이르면 이달 착수한다.시는 중림동 도시재생을 ‘서울로 7017 프로젝트’(1970년 지은 서울역고가를 보행공원으로 바꾸고 17개 보행통로 조성)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낡고 노후한 이 일대를 전면 개발해야 공원을 찾는 관광객이 유입되고 서울역 일대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월 서소문공원, 약현성당, 어(魚)시장, 손기정공원 등 역사자원이 풍부한 중림동을 ‘고급 역사문화거리’로 재개발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7017의 최대 배후 상권이 될 중림로는 약현성당(명동성당보다 6년 빠른 1892년 세워진 국내 최초 서양식 성당) 등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스토리가 있는 거리’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서울역고가와 연계해 4개 거점에서는 보행자 중심 거리를 단계별로 조성한다. 고가공원의 끝이자 중림로의 시작점에는 나무와 상징 조형물 등이 어우러진 7017광장을 만든다. 약현성당 중림로 쪽 입구에는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쉼터를 마련한다. 중림동 주민센터 입구는 지역 커뮤니티의 장(場)이자 생활 가로공원으로 꾸민다.
충정로역 5번출구 부근에는 인근 호박마을과 아파트 단지 등 골목 사이에 단절된 보행로를 연결하는 광장형 교차로를 설계해 배후지역과의 연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보도 폭을 넓히고 길도 다듬어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 체계로 개선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