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이어 '식용유 대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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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3대 수입지 남미 지역 큰 홍수로 수확량 줄어계란에 이어 때아닌 식용유 대란 조짐이 일면서 치킨업체 등 식용유를 대량으로 쓰는 업계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식용유의 원재료가 되는 콩의 주산지인 남미 지역에 지난해 말 큰 홍수가 나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 많은 콩을 수입하고 있다.
식용유 가공에 일부 차질…대상, 아르헨산 생산 중단
중소치킨·급식업체 '긴장'…"사태 장기화되면 피해"
◆대상은 일부 생산 중단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산 콩(대두)으로 짜는 식용유 생산을 중단했다. 대상 관계자는 “식용유는 위탁생산으로 만들고 있는데 위탁업체 확인 결과 남미산 콩이 홍수로 물을 많이 머금으면서 색이 변질되는 등 품질이 고르게 나오지 않았다”며 “아르헨티나산 콩을 사용하는 식용유 생산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베트남산과 함께 아르헨티나산 콩을 쓰고 있는 오뚜기도 B2B(기업 간 거래)용 식용유 생산량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물을 많이 머금은 콩으로 짠 원유는 색이 진하기 때문에 이를 맑게 만들기 위해 정제를 평소보다 두세 번 더 한다”며 “이 과정에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에 치킨집 긴장식용유를 많이 쓰는 치킨업체들은 악재를 만났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B2B용 18L짜리 식용유 한 통 가격은 10%가량 올랐다.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씨유 같은 고급유를 쓰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식용유를 사용하는 중소 업체들은 단가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당장 공급이 줄어 원래 사용하던 식용유를 못 쓰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버티겠지만 식용유 부족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식업체와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식용유 수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이런 식용유 부족 사태의 원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남미의 홍수다. 홍수로 인해 수확할 수 있는 콩의 양이 크게 준 데다 수확한 뒤에도 불량품이 많아 가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미는 미국, 동남아시아와 함께 한국의 3대 콩 수입 지역 중 한 곳이다.
업계는 그러나 식용유 부족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미산 콩이 국내로 들어오는 때는 1월까지고, 다음달부터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산 콩이 들어와 여름까지 쓰이기 때문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아직 식용유 재고가 일부 남은 데다 다음달 초부터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대두 원유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수급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