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깜짝 실적'] 삼성전자, 한 발로도 '실적 신기록'…반도체만 5조 가까이 벌었다

4분기 영업익 9.2조…시장전망보다 1조 웃돌아

D램·낸드 '쌍끌이'
10%대 이익내던 평면낸드
3D로 바꿔 30%대로 높여

모바일서도 '선방'
노트7 없이 2조 중반 이익
디스플레이도 호실적 한몫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한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홍보관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S7을 사용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해 10월14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을 발표하며 추정 손실이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3분기(7~9월) 영업이익도 리콜비용 등을 반영해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낮췄다. ‘캐시카우’인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자 삼성전자에 대한 암울한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충격은 딱 한 분기에 그쳤다. 스마트폰을 대신해 ‘전통의 강자’ 반도체가 지난해 4분기 돈을 쓸어담은 것이다. 디스플레이도 힘을 보탰고, 가전·TV사업도 꾸준히 수익을 냈다.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은 이달 24일 확정 실적을 발표할 때 공개된다.
3D 낸드, 18나노 D램의 힘

9조2000억원이란 역대 세 번째 분기 호(好)실적을 이끈 주역은 반도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낸드플래시에서는 3차원(3D) 낸드, D램에서는 18나노미터(㎚) D램이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기술을 앞세워 사상 최대인 5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기록이던 2015년 3분기의 3조6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D 낸드 확대와 PC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조2000억원 중 4조7000억원을 반도체에서 거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당초 시장은 4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더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등의 생산과 판매가 증가하자 D램과 낸드 가격 모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성능이 뛰어난 삼성 제품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가져가겠다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줄을 섰다. 삼성은 이미 올 2분기 생산 계획 물량까지 판매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이 덕분에 2~3년 전만 해도 10%대 영업이익률에 그치던 낸드 사업에서 삼성전자는 30%대 영업이익률을 거두기 시작했다. D램의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4분기 1조2000억~1조3000억원가량을 번 것으로 관측된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구애 속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렸다. 작년 초 수율 저하로 적자를 내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도 수율 정상화 및 LCD 값 상승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상당한 환차익도 봤다. 4분기 석 달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원가량 올라 삼성전자는 회사 전체적으로 8000억원 정도 환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한 게 반도체 실적을 이끌었다”며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노트7 공백도 잘 메웠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IT모바일(IM)부문은 갤럭시노트7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우며 2조원대 초중반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간신히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한 뒤 갤럭시S7 시리즈 판매에 주력했다. 갤럭시S7 시리즈는 지난해 3월 출시된 제품이지만 색상을 다양화하는 ‘컬러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블루코랄, 블랙펄 컬러 제품이 젊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었고, 이 같은 색상을 갤럭시S7엣지에 적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이처럼 갤럭시S7엣지 등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방하고, 갤럭시A·J 등 300~500달러대 중저가폰이 세계적으로 꾸준히 팔린 점도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됐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 호조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의외로 IM부문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아 전체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전(CE)부문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다. TV의 경우 퀀텀닷 SUHD TV가 세계적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며 10년째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켰다.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인 셰프컬렉션 시리즈가 판매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석/박재원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