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위예술 선구자가 꾸민 공간과 색깔의 아름다운 변주

와타나베 노부코,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점서 개인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점에 전시된 일본 전위예술가 와타나베 노부코의 설치작품.
일본 미술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전위예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1954년 추상화가 요시하라 지로를 비롯해 시마모토 소조, 시라가 가즈오, 가나야마 아키라, 무라카미 사부로 등 화가 15명은 아방가르드 미술단체인 구타이미술협회를 창립해 행위예술과 추상적인 회화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적 흐름을 따라갔다.

구타이미술협회 멤버로 활동하며 일본 전위미술을 이끈 와타나베 노부코(69)의 국내 첫 개인전이 17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점에서 개막했다. 1971년 일본 소아이음대를 졸업한 와타나베는 1975년 독일로 귀화한 뒤 일본 화단에서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던 그는 1994년 아시아 시립미술관 전시를 통해 다시 일본 화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 뜨거웠던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던 그는 구타이미술협회의 영향을 받아 실험성이 강한 작품을 선보였다.오는 5월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색과 공간 너머의 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작업한 릴리프 조각, 설치 작품, 스테인리스 스틸을 매체로 다양하게 형태가 확대된 작품을 내놨다.

출품작은 인간과 물질,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색과 형태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계의 미학’을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릴리프’ 시리즈는 색색의 천을 나무 프레임에 펴놓고 잡아당겨 자유로운 곡선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다. 인위적인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는 배치를 통해 ‘관계’ 자체를 시각예술로 보여준다.나무와 천을 소재로 색면추상화처럼 꾸민 작품,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주변 공간과 조화를 꾀한 신작도 눈길을 끈다. 와타나베는 이날 오후 5시 전시 콘셉트에 맞춰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041)551-51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