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각살우(矯角殺牛) 우려되는 코스닥 공매도 금지 주장

"주가하락으로 이익 얻는 공매도
효율적인 가격발견 등 순기능 커
원칙적 허용하되 감독기능 강화를"

이상복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싸이면서 세계 주가는 50% 이상 급락했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전이됐고, 각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로 인식하고 긴급조치를 취했다. 그중 하나가 공매도(空賣渡) 금지다. 공매도가 주가폭락의 주범으로 여겨졌다. 당시 한국도 한시적으로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반대로 주가하락이 공매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종목별 공매도 금지가 아닌 시장 전체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조치는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기술이다. 공매도는 가격발견기능을 수행하고 유동성을 증대시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시장의 변동성이 심한 시기의 공매도는 주가에 영향을 미쳐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가져오고 시스템위험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는 공매도의 유용성과 순기능보다는 위험성과 역기능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공매도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시장을 불신하게 됐고, 시장에 대한 불신은 비관주의로 빠져들게 했다. 또 비관주의는 공매도를 가속화시켰다. 이에 각국은 공매도 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됐다.공매도 금지는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수단 중 하나다. 금융시장 규제의 주된 목적은 경제적 효율성의 극대화다. 따라서 금융시장 규제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다. 첫째, 시장실패를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고 둘째, 효율적이어야 하며 셋째, 규제의 이익이 규제비용을 초과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 규제에 관한 주요국의 법정책은 역기능도 있다는 전제 아래 순기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공매도거래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거래규모 대비 공매도거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공매도를 이용한 다양한 투자전략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공매도거래는 주요국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 현재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로 공매도거래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공매도에 대한 국내 투자자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제도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발생이 가능한 것이며 효율적인 법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비본질적인 문제에 속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본질로 인식돼 공매도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하는 코스닥시장 공매도 폐지 주장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공매도의 효율적인 가격발견기능과 시장유동성 증대기능을 이유로 규제를 하지 않고 있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매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업틱룰(공매도를 할 때 시장가격 밑으로는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한 규정),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의 일시중단), 정보공시 등을 통해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업틱룰은 현재 이용되는 제도로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적절한 공매도규제 방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공매도를 직접 금지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은 1987년 이후 서킷브레이커를 활용하고 있다. 또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공시를 강화해야 한다. 정보공시는 공매도자를 둘러싼 루머와 투기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어야 하고, 불공정거래 행위에 연루될지 모를 공매도자를 색출할 수 있는 강력한 것이어야 한다. 공매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공매도자의 준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법규 위반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상복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