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 재판관 체제'첫 탄핵심판 변론…'3월13일 이전 결론'놓고 공방

국회 탄핵소추위 "직무정지 벌써 두달…신속히 결정을"
대통령 대리인단 "선고기일 미리 정하는건 공정성 훼손"
“국정공백 위기다.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국회 탄핵소추위원회)

“국회엔 일본도, 우리에겐 부엌칼 주고 진검승부하라니….”(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 이후 ‘8인 재판관’ 체제로 처음 열린 탄핵심판에서 국회와 대통령 측이 선고 시기를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대통령 측은 최순실 씨와 대기업 총수 등 15명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해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 측, 그룹 총수 대거 증인 신청

1일 열린 10차 탄핵심판 공개변론에 앞서 헌재 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이정미 재판관(사진)은 “이 사건의 국가적·헌정사적 중대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건 심판 과정에서 공정성, 엄격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다음달 13일 퇴임한다.이날 심리에서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이유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미리 정하는 것은 심판 결과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증거와 증인 채택 방식을 문제삼으며 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15명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을 채택하지 않고 검찰 수사기록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회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대통령 측에는 둔한 부엌칼을 주고 공정한 진검승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통령 측은 지난달 23일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증인 39명을 추가 신청했지만 헌재는 10명만 받아들였다.국회 탄핵소추위원회 측은 반격에 나섰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 벌써 두 달째로 심각한 국정 공백이자 헌정 위기”라며 “탄핵심판이 장기화하면 국론이 분열되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탄핵심판이 늦어져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정미 재판관마저 퇴임하면 헌재가 7인 체제가 돼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며 “이 재판관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안봉근 전 비서관 증인신문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이 증인으로 나왔다. 재판관들은 김 수석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에 머문 이유 등을 캐물었다. 김이수 재판관은 “적어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위기관리센터에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수석은 “당시엔 대통령이 나와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답변했다.유 전 수석은 “2013년 4월 초에는 대통령 말씀자료의 수정이 많았지만 2014년 업무보고 때부터 수정은 거의 없었다”며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대폭 수정하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헌재는 오는 14일 13차 변론기일을 열고 오전에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오후에 김홍탁 더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을 차례로 불러 증인신문하기로 했다.

박상용/고윤상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