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경련은 '기업할 자유' 지키는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현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을 재선임했다. 새 회장을 영입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회장 공석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벗어난 것은 다행이다. 허 회장과 신임 권태신 상근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풀기 어려운 난제다. 당장 생존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권의 압박을 받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이 잇달아 탈퇴했기 때문이다. 600여 회원사 가운데 이 4대 그룹 계열회사가 60개가 넘고, 이들이 연간 회비의 77%를 내왔다. 전경련은 당장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설립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가 1961년 창립 당시 내건 슬로건은 “경제계가 공동의 힘으로 정치와 관권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주 역량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모금 건만 해도 정권의 요구를 전경련이 거부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전경련이 해야 할 일은 더 명확해졌다. 국회가 상법개정안을 대거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반대 논리를 제시하는 전문가 집단이 없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사태에서 보듯 특검이 초법적인 강압수사를 할 때도 정면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경제단체가 없다. 전경련은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할 말을 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지켜내고 있는 일본의 게이단렌이나 미국의 상공회의소 같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당장은 구조조정이 급선무겠지만 경제적 자유와 기업할 자유를 되찾는 일에도 조속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