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김병화 녹십자 부사장 "혈액제제 글로벌 5위로 도약할 것…혁신신약도 줄줄이 대기"

인터뷰 - 김병화 녹십자 부사장

독보적 생산체제 구축
혈액제제·백신 진입장벽 높아 생산조건에 가격경쟁력 갖춰야
매출 1조원 돌파로 자신감, 향후 성장속도 더 빨라질 것

북미 공략으로 승부수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 올해 완공
2019년 본격 상업생산하면 세계 5위 혈장처리능력 갖춰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혈액제제와 백신은 제약업계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원료를 다량으로 구하기 어려운 데다(혈액제제) 까다로운 생산 조건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일정 규모를 확보(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녹십자는 지난 50년 동안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와 백신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혈액제제·백신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1조197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해왔다. 중국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건설을 추진했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의 백신 입찰 공공시장에 뛰어들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한 결과 녹십자의 미래를 책임질 신약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김병화 녹십자 부사장은 “녹십자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데 50년이 걸렸다”며 “앞으로는 성장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요인은.

“혈액제제와 백신은 국내 시장에서 영업력이 중요하다.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내사와 다국적 기업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BMS와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소염진통제 ‘제놀’, 해열진통제 ‘탁센’ 등 일반의약품의 성장도 주효했다. 수출 실적도 증가했다. 지난해 독감백신 해외 누적 수출금액은 1억6000만달러를 돌파했다.

▷백신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WHO, 범미보건기구(PAHO) 등 공공부문 입찰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 공공부문은 저개발 국가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가격이 중요한 변수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계절이 다른 남반구와 북반구의 백신 공급 비율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북반구와 남반구 백신 공급 비중이 50 대 50이 됐다. 또 전남 화순에 양계농장을 운영, 백신 원료를 확보해 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놨다.”

▷해외 민간시장 진출 계획은.

“백신은 나라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수도 많아 진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는 허가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다. 선진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백신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가.

“백신 시장은 성인 시장과 신생아 시장으로 나뉜다. 우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맞는 백신은 대부분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백신이다. 여기에 전 세계 정부의 복지 확대 정책으로 예방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영유아 접종률도 95%에 달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더라도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전망은 밝다.”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완공이 예정돼 있는데.“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은 올해 완공된다. 본격적인 상업생산은 2019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캐나다 공장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세운 공장이다. 미국은 세계 혈액제제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미국에 진출해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 곧 제품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미국 진출만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캐나다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면 세계 5위 혈장처리능력을 갖춘 회사가 된다.”

▷진행 중인 신약 연구개발은.

“녹십자셀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이뮨셀LC가 국내에서 2007년 허가를 받은 뒤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이뮨셀LC는 환자 자신의 혈액을 원료로 만드는 환자 개인별 맞춤항암제다. 녹십자가 전문인 혈액 분야와 면역 분야의 R&D가 접목된 결과다. 약효를 늘린 장기 지속형 혈우병 치료제는 임상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다. B형간염 항체 치료제 등도 상업화를 막바지에 두고 있다.”

▷최근 조직 개편이 있었는데.“매출 2조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COE(Commercial Operation Excellence)본부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백신 본부, 혈액제제본부, 전문의약품본부, 일반의약품본부가 각각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했다. COE본부는 영업 및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들 본부가 중장기적으로 시장 흐름을 짚어내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용인=조미현 / 김근희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