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공장 유턴으로 일자리 공급? 이런 환경에선 불가능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내놓은 ‘제조업 유턴 촉진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해외진출 국내 기업의 현지 채용 인력이 무려 338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84.6%가 제조업 인력이다. 연구원은 이들 기업 공장이 10%만 유턴하더라도 약 2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청년실업자 46만7000명의 61%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턴기업지원법이 만들어진 2013년 이후 국내에 복귀한 기업은 고작 30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원법은 기업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 정책들은 거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한국은 기업활동을 잠재적 범죄행위로 간주하는 유례없는 반기업적, 반시장적 환경으로 가득찬 국가다. 기업가들은 감옥의 담벼락을 걷는다는 정도이고 초우량 대기업 CEO가 지금 정치 재판을 받기 위해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법은 개정될 때마다 경영권을 침식하고 있고 노조와 연금을 동원해서라도 기업주의 권한을 삭감하려는 시도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은 기업의 영업할 자유까지 온갖 명분으로 침해하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지난주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 등 노동개혁 법안은 노동계의 반발로 입법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해외 진출 기업들을 국내로 돌릴 수 없다. 나가는 기업조차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간 기업을 회귀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해외로 나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낸다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세계는 글로벌 공급망이 활발한 시대다. 한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어떻게 막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