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백 만든 이탈리아 장인들, 한국 홈쇼핑 진출

CJ오쇼핑서 가방 선보여 방송 30분 만에 10억 매출
CJ오쇼핑은 지난 7일 39만8000원짜리 가방을 판매했다. 한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이 제품은 30분 만에 10억원어치 넘게 팔렸다. 장인의 이름은 다비드 알베르타리오. 이탈리아 가죽장인협동조합(EMG) 소속이다. 구찌·베르사체 등 명품 브랜드 가방을 제작하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고 ‘아네스 백’을 내놨다.

이날 방송에서는 EMG 소속의 에밀리아노 고렐리와 파올로 스테메라가 제작한 가방과 벨트·지갑 등도 소개됐다. 이들도 몽블랑 등 명품 업체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다 자기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도 1시간 만에 18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이들 장인을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만났다. EMG 조합장인 고렐리는 “이탈리아 장인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장인들의 이름을 내건 제품을 한국 시장에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스테메라는 “1800년대부터 이탈리아 가죽 장인들은 소규모 조합을 운영해왔다”며 “2007년 조직을 정비해 EMG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EMG 소속 공방 대부분이 대를 물려가며 명맥을 잇고 있다. 알베르타리오는 “13세 때부터 도제교육을 받아 가죽공예를 배웠다”며 “4대째 공방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공정을 수직계열화하는 명품업체가 늘어 납품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는 얘기다. 스테메라는 “다른 브랜드 제품을 제작하면 그 브랜드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지만 내 제품을 만들 때는 내 이상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CJ오쇼핑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3년간 CJ오쇼핑에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알베르타리오는 “한국 소비자 기호를 파악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관광 온 한국 여성들의 가방을 바라보다가 부인에게 오해를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