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고 깊은 더블베이스 울림에 빠져보세요"

성민제, 17일 세종문화회관서 '클래식 제너레이션' 첫 무대
오케스트라 현악 파트 가장 끝자리에 있는 커다란 악기. 클래식이 생소한 사람들은 이름조차 잘 모른다. 솔로 연주가 드물어 악기 소리 자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길이 2m, 무게 20㎏에 달하는 더블베이스다. 현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대를 맡고 있는 악기다.

더블베이스는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꼽히기 때문에 연주자가 많지 않다. 특히 솔리스트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젊은 연주자가 있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28·사진)다. 해외 주요 콩쿠르를 휩쓴 그는 국내외에서 꾸준한 연주 무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성민제가 오는 17일 개막하는 세종문화회관의 기획공연 ‘클래식 제너레이션’ 첫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제너레이션은 국내 주요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은 젊은 클래식 스타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공연을 앞두고 13일 서울 구의동 연습실에서 만난 성민제는 “첫 무대를 더블베이스로 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국내 클래식 무대에 더블베이스의 매력을 적극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던 아버지(성영석)에게 열 살 때부터 베이스를 배웠다. 2006년 독일 슈페르거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 이듬해 러시아 쿠세비츠키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더블베이스는 몸집이 큰 만큼 소리도 클 것 같지만 현악기 중 소리가 가장 작아요. 그래서 많은 힘이 들어가는데 무작정 힘을 주면 안 되고 ‘악기 근육’을 따로 만들어서 연주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악기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더블베이스는 솔로곡이 많지 않다. 첼로곡 등을 편곡해 연주해야 한다. 이번 공연에선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피아졸라의 ‘세 개의 탱고’,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 등을 편곡해 선보인다. “편곡할 때 더블베이스 매력을 최대한 알리는 데 집중해요. 이 명곡들을 더블베이스만의 묵직하고 깊은 울림으로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직접 만든 곡도 선보인다. 일렉트로닉 베이스 연주자 권용휘와 함께 만든 이중주곡 ‘Going 2’다.오는 5월엔 네덜란드에서 솔로 공연을 연다. 하반기에는 독일에서 앙상블로 지방 투어를 다닐 예정이다. “비올라도 원래 더블베이스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에 와서 많은 노력을 통해 ‘재개발’이 됐고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더블베이스도 ‘재개발’이 필요합니다. 제가 앞장서서 제대로 해 보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