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개헌 투표"…3당, 개헌 고리로 '문재인 포위'

3당 '분권형 대통령제' 합의
민주 일부 의원 동참 가능성…국회 통과 '200명 찬성' 힘들 듯

우상호 "꿈 같은 이야기" 비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식당에서 개헌안 관련 논의를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교섭단체 3당은 5월9일에 대통령 선거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반문재인) 세력이 연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당이 조기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포위하는 형국이다.

정우택 한국당, 주승용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각 당 개헌특별위원회 간사들은 15일 국회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개헌특위 간사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국회 의결과 공고,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이달 말까지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을 주장했지만 5월9일로 앞당겨진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부족한 만큼 ‘대선일 동시투표’로 의견을 모았다.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과 국민 기본권에 생명권과 정보기본권 등 신설, 감사원의 독립기구화 등에 공감대를 이뤘다. 대선 때 국민투표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대선 후 1년 안에 국민투표를 한다’는 부칙 조항도 넣기로 했다.

개헌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이 개헌 추진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3당 개헌특위 간사들이 모여 작업을 해왔고 최근 들어 민주당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단일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의 개헌파 의원들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대 국회 임기와 일치시키는 ‘임기단축형 개헌’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안이 마련돼도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교섭단체 3당 의석수는 165석으로 개헌 처리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민주당 내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개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헌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공통의 연결고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다. 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원내 1당을 빼고 자기들끼리 개헌한다고 모이면 개헌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 대선에는 개헌안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며 “개헌은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하는 것이 국론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