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미 외교장관 '초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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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동맹 순위 매기기’ 발언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한국을 떠나면서 “일본은 (동아시아) 역내에서 안보와 경제, 안정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역내에서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일본과 한국의 중요성을 비교해달라는 동행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외교관은 외교 상대국의 중요도를 순위로 매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외교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서다. 외교·안보적으로는 A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는 B국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더욱이 A국과 B국 사이가 좋지 않다면 외교 순위를 A→B국 순으로 매기는 것은 삼갈 일이다.결과보다 배경과 과정에 더 주목하는 게 외교다. 외교관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미칠 파장까지를 감안하기 때문에 ‘외교적 수사(修辭)’를 동원한다. 그런 면에서 틸러슨은 적어도 외교의 기본을 놓쳤다.
취임한 지 6주밖에 안 된 기업인 출신의 ‘초짜 외교장관’이라는 점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단어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는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의 뒤늦은 해명이 그걸 뒷받침했다.
전문 외교관인 윤병세 외교장관도 2013년 2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외교 상대국 우선순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명기했다가 ‘치도곤’을 당한 적 있다. 그 후 4년이 지났으나 윤 장관 역시 ‘초짜 외교’ 논란에 휩싸여 있다.틸러슨 장관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면서 “전날 한국에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쪽에서 만찬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단순한 의사소통 결함이라고 치부해도 양측의 손바닥이 딱딱 맞지 않은 모습으로 비친 것은 문제다.
“한국 정부에 리더가 없으니 전반적으로 군기가 빠진 게 아니냐.” 워싱턴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비아냥은 가볍지 않게 들렸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