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경매 재테크] "서류에 나오지 않는 함정 많아…땅 살 때는 현장을 꼭 가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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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부동산 필드아카데미' 따라가보니신한은행이 진행하는 ‘부동산 필드아카데미’가 지난 20일 강원 원주시에서 열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참석한 ‘멘티(조언받는 사람)’ 26명에게 토지를 볼 때 주의할 점을 꼼꼼히 짚어줬다.
현장 체크리스트
컨테이너 소유권
비닐하우스 주거용 여부
나무, 입목 등기 했는지
인공수로 개인 소유인지
나침반·삼각자는 '필수품'…현장의 방향·경사도 확인해야
멘티들은 “땅을 구매할 때 살펴봐야 할 게 이렇게 많다니 놀랐다”며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센터장은 “원주는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앞서 서울~원주~강릉을 잇는 고속철도(KTX)가 완전 개통되면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된다”며 “인구 유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토지 투자처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눈으로 직접 봐야 손해 안 본다
필드아카데미가 진행되는 동안 고 센터장은 현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서, 토지대장, 지적도 등 부동산 공부(公簿)에 나와 있지 않은 위험 요소를 현장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고 센터장은 “서류에 나와 있는 내용만으로 땅을 사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며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주의 한 토지에 도착하자 고 팀장의 말처럼 지적도나 위성사진상에 나와 있지 않은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가 눈길을 끌었다. 고 센터장은 “관습법상 인정되는 권리들은 서류에 기재되지 않는다”며 “컨테이너 주인과 땅 주인이 같은지를 확인해보고 법적 지상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거용 비닐하우스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 의해 소액임차보증인으로 보호받는다”며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손해를 입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다음 토지에는 주변에 나무가 우거졌다. 고 센터장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는 동산이지만 입목 등기를 하면 표찰을 걸어 점유를 표시할 수 있다”며 “점유된 나무는 관습법상 지상권을 인정받기 때문에 토지 매수자는 나무까지 다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역시 지적도 등 서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고 센터장은 이어 “매수한 땅 위에 자란 소나무가 자연보호대상이어서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전원주택지로도 적합
치악산 등이 있는 강원 원주시는 자연환경이 좋아 전원주택 단지로 투자하기 좋다는 평가다.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면서 공기가 좋아 수도권 거주자들이 세컨드하우스를 짓기 위해 많이 찾는다. 전원주택 부지 역시 어떤 방향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주변 조망권은 좋은지 현장을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고 고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 반드시 나침반과 삼각자를 가지고 가 방향과 경사도를 확인해야 한다”며 “강원도는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남서향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전원주택지로 적합하다”고 말했다.고 센터장과 함께 둘러본 다음 땅은 인근 도로보다 훨씬 낮은 곳에 있었다. 당초 논으로 쓰던 땅이었다. 물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도로보다 낮게 개간했다. 고 센터장은 “입지가 좋은 땅이지만 흙을 채워넣어 도로까지 끌어올리려면(복토) 형질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며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강원도 등 전답이 많은 곳에 이런 땅이 많다고 했다.
구거(인공 수로)를 끼고 있으면 국가소유인지 개인소유인지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소유일 경우 점용허가를 받아서 쓰면 되지만 개인 소유일 때는 알박기 당할 가능성도 있다. 고 센터장은 “구거는 없는 편이 가장 좋지만 있다면 소유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업진흥구역의 경우 하천이 침범해 땅으로 흘러들어온다면 그 땅도 하천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고 센터장은 “농업진흥구역 건폐율은 20~30%에 불과해 투자 가치가 높지 않으나 주변 지역이 발전한 정도에 따라 구역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역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용도구역지정 고시가 5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현재 농업진흥구역이라도 금싸라기 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