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원화 강세…'달러 재테크'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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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연계 금융상품 최근 3개월 간 환손실 10% 육박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달러 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화와 연계한 금융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최근 3개월간 입은 환손실이 원금의 10%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재테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달러화 추종 상품
KOSEF 미국달러레버리지
작년 12월말 고점대비 -15%
◆예상 빗나간 원화 강세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8원 내린 1112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가 미국 하원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을 골자로 한 ‘트럼프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환율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달러 연계 재테크 상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달러를 활용한 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아예 미국 주식 ‘직구(직접 구매)’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매년 세 차례씩 3년간 이뤄지면 달러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달러 상품 불패론’의 배경이었다.하지만 시장은 투자자들이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흐름을 보였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미국 중앙은행(Fed)의 발표도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처럼 환율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로 인해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꾸준히 내려오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달러가 1212원50전에 거래된 작년 12월28일과 비교하면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 하락폭은 8.22%에 달한다. 무역수지가 꾸준히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원화 강세 기조가 한층 더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환노출 펀드 수익률 급락
환율이 급변하면서 달러 연계 재테크 상품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선물 가격 변동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40원(1.62%) 하락한 849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누적 수익률이 -15.26%까지 추락했다.일반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도 환위험을 없앤 ‘헤지’와 그대로 둔 ‘언헤지’ 상품의 수익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 헬스케어주를 선별해 투자하는 ‘NH아문디Allset글로벌실버에이지’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10%에 달한다. 하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동일 상품의 수익률은 0.58%에 불과하다. ‘삼성글로벌선진국’ 펀드도 비슷하다. 환헤지 상품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3.19%로 준수한 반면 언헤지 펀드는 1.82%의 손실을 냈다.
증권사들은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장기 환율 전망을 바꾸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원·달러 환율이 오는 3분기 평균 1100원, 내년 2분기엔 108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의 원·달러 환율이 ‘바닥’이 아닐 수 있는 만큼 재테크 전략을 짜는 데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의 환율도 외국인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국 국채를 팔아온 효과로 유지되고 있다”며 “새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 내수 경기를 되살린다면 원화 가치 상승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이현진 기자 click@hankyung.com